여론조사 못믿겠다는데… 野 “표본조작” vs 학계 “문제없다”

입력 2018-06-07 05:03

홍준표 “與 편향된 표본 사용” 경남지사 후보 여론조사 반발
학계·업계 “무작위 추출된 표본 편향됐다고 보기 어려워
與 성향 응답 많은 건 일반적”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부·여당 지지가 높게 나타나자 자유한국당은 ‘여론조사 표본 편향성’까지 언급하며 ‘여론조작’ 가능성마저 언급하고 있다. 표본 편향성이란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사람 대부분이 여권 성향 인사들이라는 주장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리얼미터가 MBC경남의 의뢰로 5월 22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조사에서 김경수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와 김태호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53.4%, 33.2%로 큰 격차를 보였다. 경남지역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홍 대표의 득표율이 문재인 대통령을 근소하게 앞선 곳이다. 그런데 리얼미터 조사 전체 응답자 중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았다’고 답한 사람이 ‘홍 대표를 뽑았다’고 답한 사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홍 대표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편향된 여론조사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계와 여론조사 업계는 무작위로 추출한 표본이 편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관계자는 6일 “특정 지지층을 타깃으로 표본을 추출한 게 아니라 무작위로 추출한 결과 여권 지지자가 많은 것이기 때문에 표본이 편향됐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선 득표율과 여론조사 표본 간 괴리는 유권자의 심리적 요인 등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를 마치면 승자를 뽑았다고 하는 응답률은 더 높고, 패자를 뽑았다는 응답률이 낮게 나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뽑지 않았던 응답자가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을 뽑았다고 거짓 대답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숨은 보수표가 있다’는 야권의 이른바 ‘샤이 보수’ 주장은 업계에서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여권 프리미엄이 존재한다는 분석이 많다. 현경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은 “과거에도 여론조사를 하면 여권 지지가 실제 지지도보다 과대 응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선거 1주일 전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이상 앞서던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 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샤이 보수’의 규모가 얼마일지는 추정하기 어렵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말하기 부담스러워하는 보수층은 있다”면서도 “무당층에 주로 있는 것 같은데, 이들이 실제 어느 정도 규모일지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결과로 받아들이는 정치권의 행태가 문제라는 비판도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는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투표 결과가 아니다”며 “정치권이 여론조사 결과 유불리만 따져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판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