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불 지지고 찢고… “페미니스트 후보 벽보 훼손은 여성 혐오”

입력 2018-06-07 05:00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도성초교사거리에 게시된 서울시장 후보들 중 신지예 녹색당 후보의 선거벽보만 반 이상 뜯겨있다. 녹색당 제공
신 후보의 선거벽보 원본. 녹색당 제공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벽보가 잇따라 훼손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도 신 후보를 모욕하거나 공격하는 ‘사이버 불링’이 벌어지고 있다.

신 후보는 6일 서울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 한 명에 대한 유례없는 선거벽보 훼손 사건은 20대 여성 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에 대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며 “경찰은 이 사건을 공직선거법 위반 범죄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에 대한 반동적 테러, 여성혐오 범죄로 인지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지예서울시장후보선거운동본부(이하 선거본부)는 지난달 31일 선거벽보가 게시된 후 강남구에서 21개의 선거벽보가 훼손됐고 동대문구와 노원구, 구로구, 영등포구, 서대문구, 강동구 등에서도 훼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의 선거벽보는 그대로 둔 채 신 후보의 선거벽보만 떼어낸다거나 훼손한 경우가 있었고, 벽보 속 얼굴 부위를 날카로운 물건으로 긁는다거나 담뱃불로 지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신 후보 선거본부는 지금까지 총 27개의 선거벽보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한 후보의 선거벽보가 이렇게 집중적으로 훼손된 사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선거본부 관계자는 “신 후보 선거벽보에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신지예’라는 문구만 적혀 있다”면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반감을 보여 벽보를 훼손한 게 아닌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 선거구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신 후보 선거벽보 훼손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보고 관할 경찰서에 고발조치한 상태다. 가장 많은 선거벽보가 훼손된 강남구의 경우 수서경찰서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신 후보에 대한 외모 품평이나 비하, 협박 발언 등이 나타나고 있다. 한 유명 변호사가 본인의 페이스북에 신 후보의 눈빛이나 표정에 대해 “개시건방진”이라거나 “나도 찢어버리고 싶다”고 비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일이 있었고, “칼로 가슴을 도려내고 싶네” 등의 댓글도 발견됐다. 1990년생으로 광역단체장 후보 중 최연소인 신 후보는 ‘성폭력 성차별 없는 서울’을 핵심 과제로 삼고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