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협상 와중에 격렬해지는 미·중 대립

입력 2018-06-07 05:05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을 넘어 인권, 안보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 입장이 단순히 무역적자 감축 등 경제적 이득만을 노린 게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이 연내에 자국 항공모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작전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대만해협은 폭이 좁은 곳이 130㎞에 불과해 항모전단의 통과는 중국에 무력시위로 비칠 게 뻔하다.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는 등 중국이 대만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한 데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 남중국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군사기지화에 맞서 ‘항행의 자유’ 작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미국의 남중국해와 대만에서의 군사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가 창설 71년 만에 인도·태평양사로 간판을 바꾼 것도 서태평양, 남중국해, 인도양을 잇는 해양 라인을 구축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맹방 호주와 일본에 더해 인도까지 포함한 중국 포위 전략이라는 평가다. 미국의 압박은 중국의 ‘약한 고리’인 인권 분야로까지 번졌다. 중국 정부가 유혈 진압한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29주기를 맞아 이례적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공식 성명을 통해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이 금기로 여겨지던 대만 문제와 중국 내 인권을 서슴없이 건드린 것은 양국의 대립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증거다.

미·중 대립 격화는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북핵 폐기라는 공동 이해가 있지만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화하면 양국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북한 비핵화에 진력하면서도 미·중 갈등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면밀한 노력이 시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