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정상회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입력 2018-06-07 05:05
북·미 정상회담의 구체적 시간과 장소가 발표되면서 회담 개최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제거됐다. 이제 세기적 담판이 열리는 건 기정사실이고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북·미는 6일에도 판문점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성 김 주필리핀 대사 라인을 가동, 의제 협상을 이어갔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미국 방문 때 그려진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막바지 논의다.

북·미가 실무선에서 의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양측이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 브리핑에서 판문점 협상을 긍정 평가하면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고 밝힐 정도로 분위기는 좋다. 단계적·동시적 해법을 요구해온 북한과 빅뱅식 일괄타결을 주장한 미국 양측이 절충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근 일련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발언들을 종합하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연장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 준비가 잘 진행되고 있다. 북한과 많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회담에 앞서 많은 협상을 하고 있다”며 “매우 중요한 며칠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나는 (회담이) 한 번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한 번에 (합의가) 성사된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었다. 필요할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또 만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의 운명이 달린 비핵화 문제가 단 한 번의 만남으로 완전무결하게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두 정상이 CVID 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 원칙에 합의만 해도 회담은 대성공이다. 만에 하나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다시 만나 보완하면 된다.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신뢰를 쌓는 게 비핵화 담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보다 열린 자세를 갖는다면 김 위원장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으로 보답할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에 이르는 과정의 일부분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해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가는 길이 순탄하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연장하거나 또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건 매우 고무적이다.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면 굳이 이 같은 사족을 달 필요가 없다. 중재자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는 게 중재자의 일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정상의 만남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