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악역’ 허준호·김서형… ‘인기 주범’ 최민수·이혜영

입력 2018-06-07 05:04
‘이리와 안아줘’의 허준호·김서형, ‘무법변호사’의 최민수·이혜영(사진 왼쪽부터).

드라마에서 뚜렷한 선악 구도는 ‘양날의 검’이다. 몰입도를 높여주기도 하지만 뻔하게 흘러갈 경우 긴장감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그래서 캐릭터가 중요하다. 매력적인 악역은 선악의 선명한 대립을 촌스럽지 않게 만들어준다.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악역 캐릭터는 때론 정의감 넘치는 주인공 못잖게 주목받기도 한다.

현재 방송 중인 ‘이리와 안아줘’(MBC)의 허준호(윤희재 역)와 김서형(박희영 역), ‘무법 변호사’(tvN)의 최민수(안오주 역)와 이혜영(차문숙 역)은 강렬한 악역 캐릭터를 감쪽같이 소화해내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사람 모두 철저하게 악에 치우친 캐릭터다. 한동안 선악의 경계를 넘나들어 판단하기 모호한 악역 캐릭터들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지독하게 악한 캐릭터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리와 안아줘’는 가해자 아들과 피해자 딸의 이뤄지기 힘든 로맨스물이다. 하지만 악역들이 드라마의 서사를 풍성하게 해주면서 색다른 재미를 부여하고 있다. 허준호가 연기하는 윤희재는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다. 그동안 다양한 악역을 연기했던 허준호지만 치밀하게 계산적으로 살인을 하는 사이코패스 역은 처음이라고 한다.

하지만 역시 허준호다. 천연덕스럽게 넉넉한 웃음을 짓다가 순식간에 싸늘하고 잔인한 표정으로 돌변한다. 짧은 순간 별다른 대사 없이 눈빛과 입매에만 변화를 주는데도 공포를 느끼게 한다. 공감능력이 없고 충동적이며, 거짓말에 능해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사이코패스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심리적 압박을 상당히 받고 있다고 한다. 허준호는 제작발표회에서 “촬영 이후 거짓말처럼 매일 악몽을 꾼다. 심하게는 왼쪽 발목이 잘리는 꿈도 꿨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윤희재를 단독 인터뷰해 자서전을 내는 등 세상의 이목을 끄는 데만 관심을 갖는 월간지 기자 박희영 역의 김서형도 악랄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하고 있다. 허준호와 함께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도 결코 밀리지 않아 김서형의 연기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이 맞붙는 장면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집중도를 높여준다.

‘무법 변호사’의 최민수와 이혜영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악행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이혜영은 강직한 판사로 대중의 칭송을 받지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주저 없이 저지르는 이중적 인물인 차문숙을 절묘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TV 카메라 앞에선 보육원 아이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다가 뒤돌아서서 차가운 얼굴로 손소독제를 쓰는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명연기로 회자됐다.

최민수가 연기하는 안오주는 차문숙의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면서 돈, 명예, 권력을 차곡차곡 챙기는 인물이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안오주의 비열하고 잔인한 캐릭터는 최민수가 연기하면서 더욱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살아났다. 다소 코믹한 느낌까지 더해지면서 최민수는 ‘무법 변호사’의 인기를 이끄는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