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6-07 11:14
김남준 목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진행된 ‘게으름 영문판 출판 기념 감사 예배’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열린교회 제공
정설 흑곰부스 대표(왼쪽)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특강 소요리문답’의 영문판 출간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희상 작가.강민석 선임기자
Busy for Self, Lazy for God 김남준 지음/찰스 킴·피어스 힙스 옮김/웨스트민스터대 출판부

열린교회 김남준 목사의 베스트셀러 ‘게으름’(생명의말씀사)이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 출판부에서 영문판 ‘Busy for Self, Lazy for God’으로 정식 출간됐다. 미국의 정통 개혁주의 신학교에서 한국 개혁주의 목회자의 저서를 직접 번역,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책은 2003년 9월 국내 첫선을 보였다. 잠언 묵상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거룩한 삶을 살아가는 데 게으름이 얼마나 큰 적인지를 보여주며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서 35만권 넘게 팔렸고, 중국과 대만에서도 공식 번역 출간됐다.

반면 공신력 있는 출판사를 통한 영미권 진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여러모로 노력하다 김 목사가 출간할 뜻을 접을 무렵이던 2015년, 피터 릴백 웨스트민스터대학교 총장이 번역을 먼저 제안했다.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에 감탄한 릴백 총장은 최고의 번역자와 편집자를 추천했고, 출판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번역은 찰스 킴과 피어스 힙스 웨스트민스터 신학영어부서의 부디렉터가 담당했다.

릴백 총장은 지난 5일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진행된 ‘게으름 영문판 출간 감사 예배’에서 동영상 인사를 통해 “이 책을 영어로 만날 수 있게 돼 기쁘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의 삶에 열매가 맺히기를 바란다”며 “아시아에 이어 미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민스터신학교의 마이클 호튼 교수,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 더글러스 스위니 교수, 퓨리탄리폼드신학교 조엘 비키 총장 등 쟁쟁한 미국의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추천사를 적었다.

김 목사는 감사 예배에서 “마지막 3년 정도 애를 쓰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는데, 이렇게 책이 나왔다”며 벅차오르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김 목사는 ”한글로 책을 쓸 때나 영어 번역서가 나올 때나 한결같은 소원은 책이 사람들을 깨우고, 깨어난 사람들이 깨어난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이 책이 진리를 몰라 어둡고 우울하게 사는 사람들을 깨워 하나님을 누리며 살아가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향후 10년간 영문판 인세를 웨스트민스터대의 출판 사역에 기부하기로 했다.


What is the chief end of you? 황희상 지음/김영욱 옮김/흑곰북스

교리학습서의 새 지평을 연 '특강 소요리문답'(흑곰북스)이 영어로 번역돼 미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에 진출했다. 교리 교육을 위해 영어로 번역해 달라는 해외 선교지와 한인교회의 요청을 받은 지 6년 만의 결실이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흑곰북스 출판사 사무실에서 정설 대표와 그의 남편이자 저자인 황희상 작가를 만났다. 정 대표는 "필리핀의 개혁주의 신학교 '킹스칼리지'와 현지 선교사들을 위해 번역을 시작했다"며 "선교지에서 교리를 아는 성도를 키워내고, 현지인 목회자를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재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와닿았다"고 설명했다.

2011년 출간된 이 책은 7만권 넘게 팔려나갔다. 이후 국내외 교회에서 강의 요구를 받아온 황 작가는 미국의 한인교회에서 영문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황 작가는 "한국어를 쓰는 부모 세대와 영어가 편한 자녀 세대 간에 신앙의 전통을 이어주는 수단 자체가 없더라"며 "강의를 들은 부모들이 영문판으로 번역해 달라고 많이 요구했다"고 말했다.

필요성은 진작 알았지만 출간 과정은 험난했다. 킹 제임스 버전 성경과 17세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원문을 토대로 한 원저(原著) 특성상 번역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교리에 대한 이해는 물론 신학을, 게다가 티칭까지 염두에 두고 현대 영어로 옮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왕초보, 외국인 친구에게 영어로 전도하기'의 저자이자 흑곰북스와 같은 1인 출판사 'TnD' 김영욱 대표가 번역을 맡았다. 오랜 시간 들여 완성된 초벌 원고를 외국 출판사에 보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아마존의 POD(Publish On Demand)를 이용해 직접 판매하는 루트를 택했고, 지난달 31일부터 아마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당초 상·하권이었던 원저를 한 권으로 묶고 제작비를 낮춘 덕에 가격도 한글판의 절반 수준인 17달러로 확 줄였다. 제목은 소요리문답 제1문 '인간의 주된 목적은 무엇인가'에서 가져와 'What is the chief end of you?'라고 달았다.

정 대표는 "교리 공부 전후로 제 신앙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아마존을 통해 선교지와 해외 교회 독자들도 국내에서처럼 이 책을 잘 활용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