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하나님이 계시니까’(아이러브처치)는 따뜻한 제목이 인상적이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벌떼교회 카페에서 만난 책의 저자 장준식(45)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괜찮아, 뒤에 콤마가 있잖아요. 우리 인생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책엔 창세기 4∼25장 본문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읽어내고, 인문학적 통찰을 덧입혀 풀어낸 글들이 담겨 있다. ‘아브라함이 걸어간 따뜻한 신앙의 길’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을 장 목사는 ‘성서 에세이’로 읽어달라고 했다.
“미국에서 16년간 목회하고 신학공부하면서 번영신학이나 복음주의 신학이 백인 학자들의 시선에서 부각된 것임을 느꼈어요. 서양학자들의 성경해석이 전부가 아니지요. 한국인 목사이자 신학자로서, 신학과 문학, 철학을 동원해 저만의 시선으로 성경을 읽어낸 것입니다.”
그는 16년 전 미국 조지아주 에머리대에서 신학석사를 마쳤다. 이어 콜럼부스에서 10년 2개월간 개척 목회를 했다.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 그는 하나님을 깊이 만났다. 그리고 2년 전 마치 아브라함이 하란에서 고향을 떠나라는 말씀을 듣고 순종했던 것처럼 그곳을 떠나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아브라함을 통해 하나님이 보여주셨던 것처럼, 우리를 새롭게 하실 때 있던 곳에서 떠나기 바라시는 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대책 없이 버클리연합신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한 그에게 하나님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다. 실리콘밸리와 가까운 프리몬트의 세화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 풍성한 설교와 성실한 목회로 행복한 교회를 일궈가고 있다.
“목회하는 동안 늘 하나님의 녹을 먹고 사는 ‘하늘나라 공무원’이라 생각해서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고 교회를 지켜왔어요. 목사님이 항상 교회에 있어 든든하다는 기존 성도들부터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읽고 찾아온 가나안 성도들까지 많은 분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브라함과 함께 하셨던 것처럼 그와 동행해준 하나님의 사랑을 나누고 싶어 쓰게 된 책이다. 하지만 정작 책에는 장 목사의 개인적인 간증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아브라함의 여정을 통해 보여주고 실제로 그가 삶에서 느꼈던 하나님의 사랑만 오롯이 부각시키고 있다. 혼자 울어본 사람만이 가진 인간에 대한 애정과 눈물 속에서 맛본 기쁨을 통해 한층 깊어지고 성숙한 신앙의 향기가 느껴진다.
책에는 여러 편의 시가 인용된다. 한국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장 목사의 자작시도 실었다. 그는 “시집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니고 하루에 세 편 이상 시를 반드시 읽는다”고 했다. 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인용한다. 특히 키에르케고르를 통해 신앙의 패러독스를 보여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덮치면서 삶이 너무 어려워졌어요. 그러다보니 누구나 삶의 자리에서 신앙의 패러독스를 겪게 됩니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아들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끝까지 신뢰했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로 역사해주셨어요. 모순적인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을 바라보며 나아갈 때 신앙의 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장 목사의 시선은 아브라함과 사라뿐 아니라 하갈이라는 작은 인물에게까지 닿아 멈춘다. 아브라함의 아들을 임신하고 사라의 미움을 받아 광야로 내몰린 하갈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절망에 내몰린 상황에 하나님은 하갈에게 힘들지만 돌아가라고, 가서 사라와의 관계부터 회복하라며 다시 살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아들을 낳으면 ‘이스마엘’이라 하셨는데 그 뜻이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다’는 뜻입니다. 하갈이 삶의 자리로 돌아가서 살아갈 용기를 얻은 건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하나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모순투성이인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럼에도 삶을 긍정할 수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느끼게 해 준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저자와의 만남-장준식 美 세화교회 목사] 아브라함 통해 보여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위로
입력 2018-06-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