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재판 앞두고… 법원행정처, 이해득실 따졌다

입력 2018-06-05 18:3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처분 사건을 놓고 대법원 입장에서의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선고 시점 및 인용 여부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는 재판을 무기로 사건 처리 결과에 대한 야당 측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원문을 공개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보고서를 보면 “재항고 인용 여부와 시점 등에 따른 득실 판단이 선행돼야 함”이라고 돼 있다. 해당 문건은 2014년 12월 3일 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했다. 특조단은 지난달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 별지에 이 문건도 첨부했지만, ‘반발 세력 무마’ 항목 등 일부 민감한 내용은 ‘중략’으로 처리돼 빠져 있었다.

문건에는 대법원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정부의 손을 들어줬을 경우 예상되는 당시 야당과 진보성향 언론의 반발 문제도 다루고 있다. “재항고 기각 시에는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보이나, 일과성에 그칠 것으로 전망됨” “현재 사정 정국이 진행 중이므로 대법원에 대해 강한 비판에 나설 의지도 부족할 것임” 등이다. 행정처는 특히 “현재 수사·재판 중인 의원 수 ‘야당 34대 여당 5’→결국 야당 의원들에게 최후의 의지 대상은 대법원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이라고 문건에 적었다. 대법원이 쥐고 있는 의원직 생사여탈권을 비판 무마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보고서 말미의 ‘협조 요청 사항’에는 “BH(청와대)가 대법원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파트너로 높이 평가하게 될 경우 긍정적 반대급부로 요청할 만한 사항들은 다음과 같음”이라면서 ‘상고법원 입법 추진 적극 협조’ ‘대법관 임명제청 과정에 적극 협조’ ‘법원 정원 증원 추진에 적극 협조’ 등이 열거됐다.

대법원은 2014년 9월 접수된 이 사건을 이듬해 6월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정당하다는 취지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