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의 후속조치를 놓고 사법부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국 각급 법원에서 5일 잇따라 열린 판사회의에서 단독·배석판사 등 소장 판사들은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적극 촉구했다. 부장판사급 이상의 중견 내지 고위 법관들은 원론적 의견을 내놓는 데 그치거나 검찰 수사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단독·배석판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지법 배석판사들도 “이번 사태의 의사결정, 기획, 실행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자에 대해 수사 요청을 포함한 모든 실행 가능한 후속조치를 요구한다”고 의결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서울가정법원 단독·배석판사들도 회의를 열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견 이상의 판사들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차관급 고위 법관인 서울고법 부장판사들은 형사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전체 판사 63명 중 과반이 참석한 회의에서 “수사의뢰나 형사고발을 할 경우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조사단의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며 자체 조사로도 충분하다는 뜻을 전했다. 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사법부 구성원 간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들과 서울고법 판사들도 미온적이다. 이들은 “특별조사단 결과에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회의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이날도 무산됐다. 법원 관계자는 “추가 회의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사실상 이번 사태에 대한 공식입장 표명을 포기한 셈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발전위원회 긴급간담회를 열고 위원 11명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료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열리는 회의 안건으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상정했다. 대표회의는 최종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최후의 회의’가 될 전망이다.
이가현 기자
전국서 연일 판사회의… 소장판사 “엄중 문책” 중견판사 “…”
입력 2018-06-05 18:30 수정 2018-06-05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