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누적 이유 ‘반차’ 제출… 오후 헬스케어 현장은 참석
“지금 이견이 중요한 게 아냐”
김동연(사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무회의에 불참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국무회의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논란과 관련해 에둘러 김 부총리를 비판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최저임금 후폭풍’ 논란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13일 지방선거 이후 팀워크가 무너진 경제팀을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예정에 없던 ‘반차’를 냈다. 해외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무회의에 불참하기는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의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고 동네병원에서 피로 증상에 따른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가 자리를 비운 국무회의에서 이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둘러싼 최근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경제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면서 “마치 경제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모든 것이 나빠진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확하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끼친 영향에 관해서는 본격적인 조사가 이제 시작됐다. 앞으로 다양한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리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고, 인상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김 부총리의 생각과 큰 시각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총리는 신의 영역에 있느냐”면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
반차를 마친 김 부총리는 오후에 서울 광화문 KT 본사에서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 현장을 살폈다. 그는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자꾸 갈등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와 기재부 간 이견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이견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일정 부분 이견이 있음을 시사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각각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 부총리가 분담한다는 청와대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어디서 (분담해서)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모두 긴밀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유세 인상을 둘러싸고 벌어진 ‘김동연 패싱’의 재발을 막고 경제 컨트롤타워를 쥐고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전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도 하루를 넘겨 계속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2020년에 14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보고서 작성자의 오늘 인터뷰 내용을 참조해 달라”고 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최경수 KDI 선임연구원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보완조치를 한다면 14만명 고용감소 효과는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었다”는 장 실장의 발언으로 시작된 최저임금 논란이 20일 넘게 지속되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짙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장 실장과 김 부총리 모두 먼저 굽히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컨트롤타워 논란이 계속되면 우리 경제에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김동연, 반차 내고 국무회의 불참… 거센 최저임금 후폭풍
입력 2018-06-05 18:15 수정 2018-06-05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