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6년來 ‘최소’… 외국인 배당은 8조 ‘최대’

입력 2018-06-06 05:01

경상수지만 놓고 보면 ‘4월은 잔인한 달’이다. 4월 경상수지 흑자폭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8조원 넘는 돈을 배당으로 챙겨 나갔다.

외국인 배당이 많았다는 건 그만큼 우리 기업의 실적이 좋았고 또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풀리며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늘어나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개선되는 것도 좋은 흐름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4월 경상수지 흑자폭은 17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36억7000만 달러 흑자와 견주어 반 토막이다. 올해 3월 51억8000만 달러 흑자에 비하면 3분의 1로 줄었다. 2012년 4월 8800만 달러 흑자 이후 가장 작다. 74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기록은 이어갔지만 흑자폭이 확 줄어든 것이다.

외국인 배당지급 확대가 원인이다.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되는데, 외국인 배당지급이 포함된 본원소득수지가 4월 58억6000만 달러 적자로 역대 최고치였다. 외국인 배당지급액 또한 75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8조원 넘는 돈이 달러로 환전돼 해외로 빠져나갔다.

외국인 배당 확대는 추세적 흐름이고 4월마다 반복된다. 지난해 4월에도 본원소득수지가 49억2000만 달러 적자였으며 61억5000만 달러가 배당지급돼 역대 최대였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12월 결산해 2∼3월 주주총회를 하고 4월에 배당을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초우량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던 영향이 배당 확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배당은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 외국인 직접투자 기업에서도 수시로 행해진다.

4월 상품수지 흑자폭 역시 103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억4000만 달러)보다 약간 줄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증가했지만 원유 도입단가가 올라 수입액이 더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 무역흑자가 과도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무역 제재 대상이 될 수도 있어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수지가 포함된 서비스수지 적자폭은 줄었다. 4월 서비스수지는 19억8000만 달러 적자로 1년 전 24억2000만 달러 적자보다 개선됐다. 중국인 입국자 수는 4월 36만7000명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60.9% 늘어났다. 유커 급감에 따른 피해가 서서히 복구되고 있다.

한편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3989억8056만 달러로 전달보다 5억5906만 달러 늘어났다. 4000억 달러에 육박한 규모로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외환보유액은 한은이 관리하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환율 급변동이나 금융위기 때 안정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