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백운규 장관, 韓반도체 ‘가격담합’ 객관적 조사 촉구

입력 2018-06-05 19:31 수정 2018-06-05 22:25
中 당국, 지난달부터 조사 중 … 값 뛰는데 공급 원활치 못해 자국 업체 불만 달래기 관측
당장 ‘과징금’ 강공은 없을 듯


중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미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백운규(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일 중국을 방문했다. 일단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당국이 당장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강공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행보를 정부 차원에서 견제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백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서 중샨 중국 상무부장(장관)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담합 조사와 관련해 “한국 투자기업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중 부장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달 D램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을 상대로 가격 담합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중국 국가시장감독총국 산하 반독점국이 업체 사무실에 조사관들을 보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매체들은 “담합 의혹이 확정되면 3사의 과징금 규모가 최대 80억 달러(약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현재 중국은 조사 방향과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업체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상징적인 조치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르는 데다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며 불만을 호소한 바 있다. 또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고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해석과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서는 외국 반도체 업체들을 겨냥해 담합을 했다는 식의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시장의 메모리 반도체 자급률은 1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의존하는 구조다. 가뜩이나 반도체 수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공급업체들을 제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가격이 높은 것은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의 영향”이라며 “담합 사실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맹렬히 추격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과 투자여력이 막대해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중국의 노골적인 견제가 이어질 수 있으니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