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남한과 북한이 국가 연합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남북 연합이 진행 중인 거죠. 남과 북에 각각 정부가 있고, 군대가 있고, 그런 상황에서 남북이 자주 만나 협력하면서 국가 연합을 만들어가고 있는 거예요.”
진보 진영의 대표적 지식인인 백낙청(80)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면서 “20여년 전부터 분단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최근 남북 관계를 보면 그동안 내가 했던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남북통일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통일 과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며, 여기엔 남북 화해에 역행하는 정부를 갈아치우는 것도 포함된다”면서 “‘촛불 혁명’은 시민들이 멋들어지게 이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간담회는 출판사 창비가 펴낸 신간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변화의 시대를…’은 백 교수가 창비가 만든 공부모임인 ‘창비담론 아카데미’에서 참석자들과 주고받은 대화를 엮은 책이다. 아카데미는 남북 관계가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던 지난해 11월부터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올해 1월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다양한 세대의 교수 문인 교사 시민운동가 등 30명이 참가해 토론을 벌였다.
책은 크게 4개 챕터로 구성됐다. 챕터에는 각각 ‘변화의 시대와 담론 공부’ ‘분단체제 극복을 위한 모색’ ‘촛불 이후 읽는 변혁적 중도주의’ ‘한반도 대전환의 길목에서’라는 제목이 붙었다. 백 교수는 “이번 책은 집단지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평했다.
신간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였지만, 책을 소개하는 발언은 거의 없었다. 백 교수는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된 평가와 전망을 쏟아냈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과 관련된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는지 묻자 “내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라면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다룰 수 있는 안건 중 종전 선언 외에 비핵화나 대북 제재 같은 안건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며 “바로 할 수 있는 종전 선언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북·미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각각 적당히 챙길 것을 챙긴 뒤 다시 옛날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백낙청 “지금은 南과 北 국가연합 시대… 北美관계,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입력 2018-06-05 19:26 수정 2018-06-05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