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코리아 실크로드프로젝트’의 밑그림이 마침내 완성됐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이끈 대규모 경제·문화사절단은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일원의 북방 초원실크로드를 성공적으로 답사하고 돌아왔다.
김 지사 일행의 이번 답사는 2013년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한 육상 실크로드의 재조명, 지난해 11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통한 해양 실크로드 대장정에 이은 것이다.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학자들까지 참여한 ‘북방 초원실크로드’ 개척까지 마무리하면서 그동안 독자적으로 추진해온 ‘코리아 실크로드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경북도는 설명했다.
북방 초원실크로드 답사는 최근의 남북화해 분위기나 정부의 신(新)북방정책과도 일맥상통하면서 의미가 배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번 답사에는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가 개통되면 경북도가 북방경제시대를 선도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다양한 행사가 함께 추진됐다. 지난달 24일 진행된 동해중부선 열차 탑승 행사가 대표적이다. 김 지사는 경북지역의 유망한 청년기업인 14명으로 구성된 시장개척단 제1진과 함께 포항역에서 영덕역까지 동해중부선 열차를 탑승해 한반도 종단철도(TKR)의 조기 개통을 염원했다.
김 지사 일행은 지난달 28일 러시아로 출국한 당일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서 청년 CEO 수출상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150만 달러의 수출계약과 상담이 이뤄졌다.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를 비롯한 양측 경제인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북도-연해주간 대규모 경제인교류회도 열렸다. 지난해 6월 우호교류협정 체결로 시작된 양 지역 간의 경제교류 확대와 지역 기업인들의 러시아시장 진출 분위기 확산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이 논의됐다.
이어 29일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와 철도역 등 주요 물류시설을 둘러본 뒤 30일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수리스크 구간을 2시간여 동안 탑승해 신북방경제시대의 조기 도래를 기원했다.
김 지사는 우수리스크에 있는 이상설 선생 유허비 등 독립운동 유적지를 참배한 후 고려인문화센터 대극장에서 ‘고려인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우수리스크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 출발한 곳이자 다수의 독립운동가가 활동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카자흐스탄으로 이동한 답사단은 지난 1일 알마티의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초원실크로드와 북방협력’이라는 주제의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서는 고대 실크로드 도시 간의 문명과 경제교류를 재조명했고, 초원실크로드 국가와의 경제협력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김 지사는 포럼에서 “실크로드는 동서교류를 통해 지구촌을 하나로 묶은 문명의 연결고리로써 인류공영에 크게 기여했다”며 “그동안 중국까지로 알려져 왔던 실크로드의 끝이 한반도였음을 경북도가 앞장서 노력해 증명한 것은 국가적 과제를 지방정부가 앞장서 성공시킨 사례로 평가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 오전엔 알마티 시내에 위치한 국립 이식역사문화박물관 앞 광장에서 김 지사와 무하메디울르 카자흐스탄 문화부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의 전통공연을 곁들인 ‘코리아 실크로드우호협력 기념비 제막식’ 행사가 진행됐다. 실크로드우호협력 기념비는 2013년 7월 중국 시안에 처음 설치된 이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와 이란 이스파한, 터키 이스탄불, 경주에 이어 6번째로 설치됐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설치된 기념비는 단절됐던 실크로드를 다시 연결하고 소통함으로써 새로운 협력시대를 기원하는 실크로드프로젝트의 상징조형물이다. 경북도는 향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 북방도시와의 통상교류 및 경제포럼 개최, 체육 및 문화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전개해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을 적극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다. 당장 분단으로 한반도 내에서 단절돼 있는 실크로드를 연결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경북도는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면 경주에서 유럽까지 번영의 길 실크로드가 복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지사는 5일 “경북도의 ‘코리아 실크로드프로젝트’가 문화를 넘어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로써 정부의 신북방정책과 연계할 경우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김관용 경북지사 인터뷰
“6년 동안의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지방정부 차원서 성공적 추진에 자부심 느껴”
“지방정부 차원에서 참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라 천년 문화를 재조명하고 신한류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한 김관용(사진) 경북지사는 5일 “참으로 담대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 자부심을 느낀다”고 자평했다.
이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2012년만 해도 경주는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자체가 실크로드 역사에서 아예 지워져 있던 상태였다. 김 지사는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 없이는 창조적 미래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갖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안타까운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그는 지난 5년간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국내·외에서 유수한 실크로드 학자들을 섭외해 실크로드 역사에서 경주가 차지하는 위치를 재조명했다. 그간의 노력 덕분에 이젠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기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인정받는 추세다.
경북도는 2013년부터 탐험대를 구성해 고대 오아시스 길과 해로의 길, 초원의 길 총 5만8000㎞를 탐험했다. 단순히 둘러보는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실크로드 주요 거점 도시·국가들과 자매결연을 맺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문화 교류를 확대했다.
네트워크 구축 노력의 결실로 2015년 30개국의 63개 도시, 78개 실크로드 거점 도시 대학으로 구성된 ‘세계 실크로드 대학연맹’이 설립됐다. 김 지사는 이를 통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실크로드의 구심적 역할을 경북도가 수행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최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은 문화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의 성공모델을 창출했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김 지사는 이 프로젝트가 현 정부의 신남방·북방정책에 있어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지방정부가 한 발 앞서 실천한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김 지사는 “북방경제 초원실크로드 사업은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완성과 북방시장 개척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과업”이라며 “북방도시와의 통상교류 및 경제포럼 개최 등 다양한 교류 사업을 전개해 중앙정부가 추진 중인 신북방정책을 경북도가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알마티=글·사진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경북도 ‘실크로드프로젝트’] 육상→ 해양→ 북방… ‘코리아 실크로드’ 밑그림 완성
입력 2018-06-05 19:10 수정 2018-06-05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