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소형건물… 관리 사각에 방치됐던 ‘용산 붕괴 상가’

입력 2018-06-05 05:06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의 4층짜리 상가건물이 3일 무너져 소방대원들이 잔해를 치우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서울 용산구는 지난해 9월 사용승인 후 2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 208동의 안전점검을 했지만 한강로2가 4층 건물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고는 막지 못했다. 재개발 지역에 있는 소규모 건축물과 주택은 현행 법령의 관리감독을 모두 비켜갔다.

4일 용산구에 따르면 전날 무너진 4층 건물은 현행 제도상 어느 관공서의 관리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이 건물은 용산역 앞 한강로2가 일대가 10년 전 도시정비(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노후 건축물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개발 인가가 나면 관리주체는 조합이 된다. 정비구역 내 건물은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수선을 하지 않고 조합에서도 관리처분 인가가 나와야 위험물을 철거할 수 있다. 서울시내 정비구역 1258곳 중 10년이 넘도록 관리처분 인가까지 진행되지 못한 곳은 182곳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근거한 특정관리대상 시설물에서도 벗어났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재난·붕괴 위험이 높은 시설물을 별도 관리하는 법이다. 용산구에는 올 1월 기준으로 모두 652개의 특정관리대상 시설물이 있지만 이번에 붕괴된 건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면적이 적고 층수가 낮은 건물, 단독·다세대 주택 등 소형 주택은 특정관리대상이 아니다. 지자체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지정이 가능하지만 민원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거나 건물주가 요청하는 등의 근거가 있어야 한다. 구청 측은 “지난달 9일 접수된 세입자 민원만으로는 (지정요건에)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시설물안전관리특별법도 마찬가지로 중대형 건물과 공동주택을 주 관리대상으로 한다. 김성호 건축구조기술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해 대형 재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건물에 행정력이 집중돼 있다”며 “재난에 취약한 소규모 건축물의 안전에 대해 정부가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강로2가 건물 붕괴 현장에서는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가스폭발이나 화재로 인한 붕괴는 아닌 것으로 추정됐지만 구체적인 감식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2차 감식은 오는 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실시한다. 경찰은 “해당 건물 1·2층 식당 업주는 조사를 마쳤고 건물 소유주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김남중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