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수 많을수록 ‘삶의 질 만족도’ 쑥쑥↑

입력 2018-06-04 19:36 수정 2018-06-04 21:49

2세 자녀를 둔 직장인 강대영(가명·33)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처가와 합치며 집을 장만했다. 맞벌이를 하는 강씨 부부의 아이를 장모가 돌봐주기로 하면서 내린 결정이다. 대학원에서 만난 강씨 부부는 비슷한 일을 하고 있고 월평균 700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린다. 강씨 부부는 아이가 태어난 뒤 운 좋게 야근과 주말 근무가 적은 부서로 옮길 수 있었다.

강씨의 상황은 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여론조사’ 결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응답한 이들의 조건과 거의 일치한다. ‘30대, 대학원 졸업, 가구소득 600만원 이상 700만원 미만, 사무직 직장인, 3세대가 함께 사는 5인 가구, 자가 주택 소유, 일과 생활의 균형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

문체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21일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 국민의 삶의 질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4점인 것으로 나왔다. 강씨 사례처럼 가구원 수가 많고 많은 세대가 함께 지내는 경우 삶의 질에 대한 만족도가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세대(부모·부부·자녀)가 함께 사는 경우의 만족도는 6.6점으로 1∼2세대 가구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핵가족이 기본 단위가 됐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통념과 다른 양상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1인 가구의 만족도는 6.0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워라밸)이 비교적 잘 돼 있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스스로 삶의 질이 높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워라밸이 8점 이상이라고 응답한 국민의 삶의 질 만족도는 7.7점으로 평균(6.4점)을 크게 웃돌았다. 워라밸이 2점 이하라는 응답자의 만족도(2.8점)와 비교하면 무려 3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워라밸이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씨도 워라밸이 올라가면서 삶의 질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생기고 처가와 합치면서 야근을 줄여 되레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퇴근한 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어떤 분야에 쓸 것이냐’는 질문에도 일보다는 개인과 가족의 생활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계발·취미·스포츠 등을 위해(38.9%), 자신의 휴식을 위해(24.4%), 가족을 위해(23.2%) 쓰겠다는 순으로 응답됐다.

60대 이상(5.9점), 1인 가구(6.0점), 가구소득 100만원 이하(5.5점) 등 저소득층 노인 1인 가구가 삶의 질 측면에서도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현실이 이번 조사에서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