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봄 성수기인데 불구하고 싸늘한 체감경기로 움츠러들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 기조가 여전한 데다 각종 리스크가 산재해 반등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4일 공개한 5월 CBSI(건설업체 체감경기지수)는 전월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84.5로 집계됐다. 4월엔 85.2로 지난해 7월(85.4)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체감경기 반등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철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봄철 발주가 증가하는 계절적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불안한 부동산 시장 상황으로 인해 5월 80대 중반에서 다시 주춤한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6월 전망치는 5월 대비 6.1포인트 상승한 90.6으로 집계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체감경기 침체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보유세 강화 등 정부의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와 이로 인한 거래절벽 등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해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최근 대림산업이 이란 정유사와 맺은 2조원대 정유공장 개선사업 계약이 무산되는 등 ‘이란 리스크’도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란에 대한 서방국들의 전면적 제재 해제를 기대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던 국내 건설업체들로선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와 함께 예견됐던 ‘제재 복원’ 위험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3조8000억원 규모의 가스전 확장 공사, SK건설은 지난해 8월 1조7000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현대화 사업 등을 이란에서 수주한 바 있다.
3일 발생한 용산 도시환경정비사업지역 상가 붕괴사고도 악재다. 서울시는 도시정비구역 300여 곳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 안전점검을 실시하는 등 후속조치에 착수할 계획이다. 안 그래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쇼크’에 위축됐던 도시정비사업 침체가 한층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부동산 규제·이란 리스크에 건설업계 체감 경기 ‘찬바람’
입력 2018-06-04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