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맞는 공권력, 연간 700명 수난… “제복공무원 폭행 엄중 대처”

입력 2018-06-05 05:00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이철성 경찰청장, 조종묵 소방청장,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왼쪽부터)과 함께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복공무원 존중을 당부하는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울산 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행패’ 신고가 접수됐다. 술에 취해 길바닥에 누워있던 남자는 출동한 경찰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갑자기 주먹으로 턱을 가격했다. 경찰은 기절해 응급실로 실려 갔다.

지난 1월에는 119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폭행을 당했다. 교통사고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구급차에 함께 탔던 부상자의 아버지가 차가 너무 늦게 간다고 불평하면서 구급대원의 머리를 때린 것이다. 지난해 4월 경남 창원시 덕동항 부두에서는 해양경찰관이 바다로 추락했다. 불법포획 단속에 저항하던 어선 선장이 어깨로 경찰을 밀어 바다로 빠트린 것이다.

경찰관과 119 구급대원, 해양경찰관 등 제복을 입은 공무원들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20여년간 응급현장을 누벼온 베테랑 119 구급대원이 주취자에게 심각한 언어폭력과 폭행을 당한 뒤에 순직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2017년 3년간 직무수행 중 폭행을 당한 경찰관, 구급대원, 해양경찰관의 숫자가 총 2048명에 달한다. 한 해에 700명, 하루 2명꼴이다.

경찰관의 경우 2015년 522명, 2016년 534명, 2017년 406명이 폭력 피해를 당했다. 구급대원 폭행으로 입건된 숫자는 2015년 198명, 2016년 199명, 2017년 167명으로 집계됐다.

제복공무원들에 대한 폭행 사건이 잇따르자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소방청, 해양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찰관과 소방관 등 많은 제복공무원들은 현장에서 이유 없는 반말, 욕설 등 일부 국민들의 분노 표출과 갑질 행위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제복공무원의 적법한 공무수행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는 제복 공무원에 대한 폭행은 사회 전체의 안전을 약화시키고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경찰 폭행에 대한 제재수단을 과태료 부과에서 체포나 벌금형으로 강화한다. 소방청은 전자충격기와 최루액분사기 등 호신장구 사용근거를 마련하고, 소방관을 향한 폭력행위에 대한 벌칙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