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붕괴 위험 신고 묵살한 용산구청 관계자 문책해야

입력 2018-06-05 05:05
지난 3일 점심시간 무렵 발생한 서울 용산역 인근 4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붕괴 사고는 행정기관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주민이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사진까지 찍어 신고했는데도 용산구청은 3주가 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다.

붕괴된 건물은 1966년에 지은 벽돌·시멘트 건물로 1·2층에는 식당이, 3·4층에는 가정집이 들어서 있었다. 붕괴 당시는 일요일이라 식당 문을 닫았고 입주자들도 1명을 제외하고는 외출 중이어서 인명 피해가 적었지만 평일이었다면 대형 참사가 될 뻔했다. 식당 두 곳은 평일 점심 때 100여명의 손님들로 붐볐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주민들에 따르면 건물이 붕괴될 조짐은 진작부터 있었다. 30여m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아파트와 업무용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인데 그 영향인지 지난해부터 건물이 흔들리고 벽에 균열이 생겼다. 입주 식당 주인은 지난달 9일 외벽이 불룩 튀어나오고 금이 간 건물을 촬영한 사진까지 첨부해 구청에 신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구청 측은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지시 등 적절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는 “해당 건물은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별도의 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안전진단은 건물주가 요청해야 하는데 요청이 없었다”는 등 책임 회피성 변명만 늘어놓았다. 건물주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붕괴 우려가 있다는 신고를 묵살한 구청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 엄중히 문책함으로써 일벌백계해야 한다.

서울 등 대도시 구도심에는 노후 상태가 심한데도 재개발·재건축 요건을 맞추려고 방치해 둔 건물이 적지 않다. 건물 붕괴는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행정 당국은 노후 건물이나 위험 시설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대형 참사는 방심을 먹고 자라난다는 걸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