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미국과 중국 G2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메모리 반도체 3사에 대한 가격담합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의 한 로펌은 지난 4월 이들 3개사가 D램 가격을 담합,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소비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국가안보를 내세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이 붕괴된 상황에서 반도체와 자동차마저 위축된다면 우리 경제 앞날은 암울하다.
통상 문제는 개별 기업에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위기 의식을 갖고 대미·대중 외교 라인을 활용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WTO(세계무역기구) 제소와 관련국들 간 국제공조도 필요하다. 기형적인 산업구조도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을 제외하면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 5년간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30대 그룹 상장사 182곳의 1인당 매출액은 5년 동안 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9% 늘었다. 그런데 두 회사를 빼고 보니 1인당 매출은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두 기업에 의한 착시 효과였다는 얘기다. 경제 구조가 수출 제조업, 그것도 반도체와 IT, 자동차 등 극소수 업종에 집중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글로벌 경기나 통상 압박 등 외풍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는 중국이 한국 반도체를 따라잡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중국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규제에 묶여 있는 동안 중국은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로 급성장하며 세계 시장을 무섭게 점령해 가고 있다. 정부는 기업 옥죄는 정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주력 산업마저 위기를 겪는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설] 흔들리는 반도체·자동차 산업… 캐시카우 다각화해야
입력 2018-06-0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