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67·사진) 전 영국 총리는 “정치에도 유통기한이 있다”며 “정치권의 정점에 6년 정도 있으면 사람들이 지겨워한다”고 말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권세는 10년을 못 간다)이 아니라 이제 ‘권불육년’이라는 얘기다. 정치인의 유통기한(정치생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은 뉴스가 24시간 생산·유통되는 환경이다.
브라운 전 총리는 3일(현지시간) 웨일스에서 열린 문학축제 ‘헤이 페스티벌’에 강연자로 나와 “24시간 뉴스의 시대가 정치적 리더십이 오래 지속되던 시절을 끝장냈다”고 말했다. 유명 정치인의 사생활이 모두 까발려져 급속히 퍼지고 끊임없이 방송되다보니 사람들이 금방 그 인물에게 싫증을 느낀다는 지적이다.
브라운 전 총리는 “사람들이 유명인사에 대해 너무 빨리 지루해하는 24시간 뉴스 체제에선 10년 집권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영국 총리 재임기간을 살펴보면 마거릿 대처(보수당)가 11년(1979∼1990), 존 메이저(보수당) 6년(90∼97), 토니 블레어(노동당) 10년(97∼2007), 브라운(노동당) 3년(2007∼2010),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 6년(2010∼2016)이다. 카리스마가 강했던 대처와 블레어 전 총리가 10년 이상 권력을 유지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블레어 정권에서 탁월한 재무장관으로 명성을 얻었으나 총리로선 단명했다.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선 대중이 권력자에게 금세 넌더리를 내고 새 인물을 찾는다는 브라운 전 총리의 지적은 영국을 비롯한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 통용될 만하다. 다만 13년째 집권 중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다.
유엔과 함께 난민 대상 자선사업을 벌이고 있는 브라운 전 총리는 “내 시대가 가버렸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잡았다는 걸 받아들일 정도로 겸손해져야 한다”며 정계 복귀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권불십년? 권불육년!… 브라운 전 총리 “24시간 뉴스 탓”
입력 2018-06-0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