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부상… 자칫 대형참사 날 뻔
1966년 건축 붕괴 조짐 보여 구청에 알렸지만 조치 안 취해
10년간 안전진단도 안 받아 인근 건물 3개 동 주민 대피
서울 용산구의 4층 건물이 붕괴돼 주민 1명이 다쳤다. 1·2층의 식당이 문을 열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50년 이상 된 낡은 건물로 외벽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조짐이 보였지만 최근 10년 동안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낮 12시35분쯤 용산역 건너편인 용산구 한강로 2가 4층짜리 상가건물이 무너져 거주민 이모(68·여)씨가 다리에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1·2층 식당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주택으로 사용돼온 3·4층 중 4층에 이씨만 머물고 있었다. 그는 건물이 흔들리자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다 붕괴와 동시에 건물 밖으로 튕겨져 나와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4)씨는 “‘쿵’ 소리와 함께 건물이 와르르 쓰러졌고 무너진 더미 위로 불길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용산소방서 관계자는 “화재는 붕괴 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확한 붕괴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민들 사이에선 사고현장 옆의 고층 주상복합단지 건축 공사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민 이모(56)씨는 “2016년 공사에 들어간 후 발파작업 등을 하면서 주변 건물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고현장이 있는 지역은 용산 재개발 5구역으로 낡은 건물이 많다.
붕괴된 건물은 1966년 사용허가를 받았다. 건물 1·2층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정모(31)씨는 “이곳에서 장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안전진단을 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최근 건물 외벽에 금이 가고 벽 아랫부분이 솟아올랐다. 식당 내부 벽 모서리의 틈도 벌어졌다”며 “지난달 9일 사진을 찍어 구청 담당자에게 보냈지만 답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낡았지만 위험시설물로 지정된 상태는 아니었다”며 “개인 소유의 건물이어서 건물주가 요구해야 안전진단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정씨의 민원에 대해선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용산구는 이날 사고현장 주변 노후건물 11개동의 긴급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손상이 심한 3개동에 대해선 정밀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거주민들을 대피시켰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용산 4층 상가건물 와르르… 붕괴 전 사진에 드러난 ‘조짐’
입력 2018-06-03 2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