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치 불안·美 주도 무역 갈등 등 악재 많지만
실적 대비 저평가된 상황서 북·미 정상회담·美 FOMC 등 굵직한 이벤트들 남아있어
다시 치고 올라갈 여력 충분
글로벌 금융시장이 각종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신흥국 ‘6월 위기설’이 여전하고, 이탈리아 정치 불안이 시장을 긴장케 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갈등도 쉽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하나하나 간단치 않은 이슈들에 코스피도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코스피가 실적 대비 저평가돼 있어서 향후 북·미 정상회담(12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13∼14일) 등 대형 이벤트들이 코스피 상승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만 2조1751억원을 빼냈다. 지난 2월부터 넉 달째 순매도 행진이다. 코스피는 지난 1월 29일 장중 2600선을 넘어선 후 2400∼2500선을 계속 오르내리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상단을 3000선 부근으로 예측했는데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작은 지난 2월 초였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빠르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글로벌 증시가 폭락했다. 기초체력이 부실한 신흥국으로 공포가 번졌다. 곳간(외환보유액)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에 아르헨티나, 터키의 통화 가치는 지난달에만 각각 21.1%, 12.6%나 급락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근 신흥국 시장 상황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한다. 한국의 원화 가치도 견고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 불안도 핵심 변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유럽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 주식펀드 상품은 최근 12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금융시장 불안에 글로벌 펀드자금이 유럽·신흥국에서 북미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럽 주요국의 유로존 탈퇴 우려는 이미 그리스 사태 등에서 여러 번 경험해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중 무역 갈등에 더해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최근 중국이 미국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무역갈등은 확전보다는 협상의 여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이런 각종 변수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것이라고 본다.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총 4회가 아닌 3회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6월 FOMC 이후 금리 상승세가 둔화되면 경색됐던 수급이 다시 풀릴 것”이라며 “최근 코스피 하락세는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FOMC 전후 국내 대형 IT(정보기술)주의 강세 국면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리스크 완화도 투자심리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기죽은 코스피… 다시 기펼까?
입력 2018-06-0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