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대천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손호진(35·사진)씨는 지난 2일 오전 8시50분쯤 출근하던 도중 충남 보령시 동대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목격했다. 직진하던 SUV 차량이 측면에서 오던 승용차와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사고 차량은 충격으로 차체가 한 바퀴 굴렀지만 멈춰 서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사고 차량을 앞서가고 있던 손씨는 차를 세운 뒤 사고 차량을 살폈다. 운전석에는 아무도 없었고 보조석에는 한 사람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차 앞뒤를 건너 뛰어다니며 맨몸으로 차를 세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사이 주행모드(D)에 기어가 놓인 사고 차량은 사고 지점에서부터 300m나 떨어진 곳까지 계속 진행해 움직였다.
손씨는 고함을 치며 보조석에 있던 피해자를 깨워 시동을 끄게 한 후 차량 옆으로 뛰어올라 차량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겼다. 그제야 차량은 멈췄고 손씨는 주변사람들에게 “119에 신고해 달라”고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석에 쓰러져 있던 이는 운전자로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의식을 잃었고 당초 보조석에 타고 있던 또 다른 피해자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쇄골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손씨는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운전자가 도주하는 줄 알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운전석에 아무도 없어 매우 놀랐다”며 “돌이켜봐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제가 아니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달려가서 차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머리보다 몸이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변의 칭찬과 격려가 굉장히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사고 차량의 진행방향 앞쪽에는 교차로와 다리가 있어 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손씨가 맨몸으로 큰 위험을 무릅쓰고 달리는 차를 막아낸 것이다.
경찰은 “손씨의 용기 덕분에 또 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내 운전자 구조를 돕고 2차 사고를 예방한 손씨에게 감사장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씨는 목숨을 걸고 다른 차량 운전자를 살린 3번째 ‘도로 위의 의인’이 됐다. 앞서 제2서해안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도 의식을 잃은 운전자의 차량을 자신의 차량으로 막아 대형 사고를 예방한 한영탁(46)씨와 박세훈(44)씨도 ‘도로 위의 의인’으로 지목됐다.
보령=홍성헌 전희진 기자 adhong@kmib.co.kr
맨몸 던진 ‘도로 위 의인’…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였다”
입력 2018-06-03 18:18 수정 2018-06-03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