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웃 협박” 中 “내정간섭”… 샹그릴라 대화서 ‘남중국해’ 정면충돌

입력 2018-06-04 05:00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최대 연례 안보회의인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은 거친 공개 설전을 주고받았고,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대만 부근 상공까지 출격시켜 중국을 위협했다.

허레이 중국 군사과학원 부원장(중장)은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남중국해 문제를 무책임하게 떠드는 것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 행위”라고 비난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대해 “이웃 국가를 협박하려는 군사적 목적”이라고 비난하자 정면 대응에 나선 것이다.

허 부원장은 “남중국해 섬에 대한 방어시설 설치는 국제법상 합법적인 주권 행위로 이 지역을 군사화하거나 지역안보를 해치려는 의도가 없다”며 “남중국에서 중국의 군사화를 반대하는 자들이 오히려 실제 군사화에 착수하고 있다”고 미국을 정조준했다.

그는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 명분으로 미 군함과 항공기를 남중국해에 보내 중국 영해 12해리 이내까지 무단으로 들어왔다고 비난하며 “중국 정부는 미국의 행위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티스 장관은 같은 날 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첨단무기 배치에 대해 “이런 무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웃 국가를 겁주고 협박하려는 군사적 목적”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인 관계를 추구하겠지만 필요하다면 강력하게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미 합동참모본부의 케네스 매켄지 중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중국의 인공섬 하나를 폭파할 능력을 묻자 “미국 군대는 서태평양에서 작은 섬들을 치워버린 경험이 매우 많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고 말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매켄지 중장은 다만 섬을 정복한 경험이 2차대전 때라고 부연했다.

매켄지 중장 발언이 있던 날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 1대가 괌 앤더슨공군기지에서 발진해 바스해협을 통해 대만 부근 상공까지 비행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영해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남해 9단선’을 넘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진한 공중급유기 2대가 B-52H에 급유를 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달 22일과 24일에도 B-52H를 남중국해 방향으로 비행시킨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 인공섬에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H-6K 폭격기 이착륙 훈련을 하는 등 인공섬 군사기지화가 가속화하는 데 대한 경고 차원으로 해석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