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우리 교회] “농촌이 살아야 목회도 물꼬”… ‘일꾼’ 목사님들 구슬땀

입력 2018-06-04 00:01 수정 2018-06-07 10:19
충남 홍성 ‘신동리마을회 이장’ 오필승 목사가 경운기로 밭을 갈고 있다. 오필승 목사 제공
오 목사가 섬기는 신동리교회에서 열린 ‘마을목회자학교’ 참가자들이 귀농귀촌 및 마을목회 사례를 나누는 모습. 오필승 목사 제공
목회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교회 중심적 목회에서 세상 속으로 파고드는 ‘마을목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역 주민을 섬기면서 소통하고, 마을과 교회가 함께 ‘윈-윈’하는 마을목회 이야기를 3회에 걸쳐 들여다본다.

'홍성 신동리마을회 마을이장'.

충남 홍성 홍남동로 신동리교회 오필승(61) 목사의 또 다른 직함이다. 오 목사는 마을 일을 챙기다 보면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간다. 독감 예방접종이 있는 날이면 방송을 한 후 어르신들을 차량에 태워 보건소로 모신다. 매일 이장에게 오는 수많은 공문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교회는 주중에 각종 세미나와 교육 등으로 북적인다. 지난해까지 3년간 마을 부녀회장을 맡았던 장화순(57) 사모도 여전히 바쁘긴 마찬가지다.

마을목회, 지역 공동체를 살리다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 코모도호텔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사회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사회복지세미나에서 강사로 나선 오 목사를 만났다. 그는 "마을목회는 교회의 기존 성장 패러다임에서 탈피하는 것"이라며 "주민의 필요에 부응하고,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오 목사가 마을목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2010년쯤부터 신동리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지역 청년인구 감소가 본격화됐다. 현재 65가구에 130여명이 거주하는 신동리는 노인 인구 비율이 40%를 넘는다. 교회 출석 성도는 14명이고, 대부분 노인이다.

오 목사는 2010년 귀농대학 교육을 받았다. 당시 견학차 들른 전북 진안군에서 귀농인 단체인 뿌리협회와 용담면 와룡마을 만들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농촌을 살리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와룡마을은 영농조합을 만들어 농산물을 가공하고 판매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었다.

오 목사는 2011년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를 설립했다. 이듬해엔 '귀농귀촌지원센터'를 만들어 도시민유치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신동리를 비롯한 인근 3개 마을 이장들과 함께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적극 활동했다. 이를 통해 홍성군은 농림 축산식품부로부터 '오누이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되면서 지원금 42억여원을 받아냈다.

마을 일에 헌신적인 오 목사에게 주민들은 5년 전 이장직을 제안했다. 흔쾌히 받아들인 오 목사는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표 참조). 2014년 작목반을 구성해 마을 최대 수확 농산물인 냉이를 공동작업으로 판매하고 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주최한 '도농순환 행복마을 육성' 공모 사업에 1등으로 선정돼 사업비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이 금액으로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했고 '신동리 역사 홍보관'도 설립했다.

마을목회 전파 활동도 병행했다. 2015년 '예장 마을 만들기 네트워크'를 꾸려 마을목회를 소개하며 세부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2016년에는 '마을목회연구소'를 설립해 '마을목회자학교'를 운영하면서 목회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작은 교회도 지역에서 목회자가 할 수 있는 모범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서 "사랑과 섬김의 행동으로 교회다움을 보여준다면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삶·고민 나누는 마을목회

박종윤(47·보령 신덕교회) 목사는 2008년 부임 직후부터 전 교인과 호박고구마, 배추 등을 직접 재배해 내다 팔고 있다. 교회에서 시작된 절임배추 사업은 농가 소득에 적잖은 기여를 했고 2011년부터는 마을사업으로 확대됐다.

10년간 마을 총무를 지낸 정종찬(51·포천시냇물흐르는교회) 목사는 어르신 차량운행 등 마을 대소사에 적극 뛰어들었다. 정 목사는 "마을 일을 하다 보니 교회와 자연스럽게 연합하는 걸 보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 덕양구 고양동에선 작은 교회 3곳이 연합했다. 에덴정원교회 고양벧엘교회 생수교회는 2013년 '세겹줄교회연합'을 결성해 '노인대학' '마을카페 다락'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