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우농가다. ‘농가소득 연 5000만원 달성’이란 목표로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한우개량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본사 집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우개량 종합대책을 9월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우개량 사업을 좀 더 과학화해야 축산농가 소득증대 효과가 뚜렷해질 수 있다”며 “유전자(DNA) 분석 등을 통해 체중이 더 많이 나오고, 육질도 더 좋은 한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최근 충남 서산 농협 가축개량원(한우개량사업소)을 방문해 한우개량 사업 과학화를 위한 설비 투자 확대 검토도 지시했다.
김 회장이 한우개량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젊은이들의 귀농·귀촌 행렬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우개량 사업 과학화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면 젊은이들이 한우를 키우러 농촌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우농가에 대한 지원 강화 성격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의 평균 소득이 2.8% 증가했다. 농업외소득이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축산 수입은 농가 평균 7.6% 감소했다. 지난해 한우 가격은 전년에 비해 수컷은 6.5%, 암컷은 9.8% 각각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소고기 수입이 늘었고, 한우 사육 두수도 증가해 한우농가가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해법은 결국 품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과거 수입 소고기가 들어오면 한우 농가가 고사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우는 높은 품질을 무기로 살아남았고, 농가 소득에도 큰 기여를 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우개량 사업이 한우농가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왔다고 분석했다. 농협은 지금까지 한우개량을 통해 육량이 증가하고 육질이 향상돼 한우 농가소득이 연간 2109억원가량 높아졌다고 추정했다. 또 신기술 도입을 통한 씨수소 선발 정확도가 높아지면 2020년까지 연간 3388억원 정도 농가소득이 늘어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김 회장은 한우농가 경쟁력 확보에 한우개량사업소 역할이 컸다고 평가했다. 서산의 한우개량사업소는 유전적인 능력과 외모 등을 토대로 후보 씨수소를 선발한 뒤 그 소의 후대능력(체중, 도체성적 등)을 검정하여 최종적으로 보증 씨수소 30마리를 뽑는다. 씨수소의 철저한 개체관리 및 질병관리를 통하여 한 마리로부터 1주일에 두 번 정도 정액을 채취하고 이렇게 채취된 정액을 전국으로 보급한다. 국내 한우의 98% 이상이 보증 씨수소의 자손이다. 이런 품종 개량을 통해 1974년 290㎏이었던 18개월령 비거세우 한우의 체중(전국 평균)은 2010년 553㎏으로 배가량으로 늘었다. 육질도 개선돼 전국의 1등급 이상 출현율은 2004년 35.9%에서 지난해 72.1%로 부쩍 높아졌다.
김 회장은 “보증 씨수소 1마리를 만들기 위해선 20억원 정도 비용이 들지만 이를 통해 생기는 부가가치는 5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3년차인 김 회장은 취임 이래 농협 임직원들의 마음에 ‘농심(農心)’을 되살리는 일을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그는 “전경련 등에 가서 토론해보면 농산물이 필요하면 수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고, 여전히 농민들을 ‘촌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처럼 농업·농촌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회장은 최근 들어 농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김 회장은 “옛날엔 ‘자식만은 농사짓지 않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넘기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 한국 농수산대학 경쟁률이 5대 1이 넘고,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 선발 과정에선 대상자(1200명)의 2.8배인 3326명이 몰려 정부가 추가로 400명을 더 뽑기로 한 점 등도 좋은 징조라고 꼽았다.
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인터뷰] “農心 살리기 3년… 귀농·귀촌 늘고 있어요”
입력 2018-06-0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