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권 “회담 생중계 하자” 조명균 “의견 교환 다음에…”

입력 2018-06-01 18:03

이, 조 장관 끝내 반대하자 “역시 회담은 타협의 산물, 오늘은 양보하겠지만…”
南 언론 이용 협상력 높이기
회담 연기 질문 JTBC기자에 “손석희 선생 잘하는데 왜 그런 질문 하오? 무례…”


북측은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생중계 회담 진행을 거듭 요구했지만 남측의 반대로 비공개 회담이 진행됐다. 북한의 회담 공개 요구는 남측 대표단의 기선을 제압하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측 수석대표인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된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첫 북남 고위급 회담인 만큼 공개적으로 기자 선생들이 다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이) 죽 회담 상황들을 보시며 ‘아 이렇게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좋은 결실들이 마련되고 있구나’라는 실상황들을 그렇게 보도하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공개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회의의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일단 기본적인 의견을 한번 교환한 다음 가능하다면 중간에라도 우리 기자단이 들어와 오래 취재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회담 공개를 반대했다. 이 위원장이 “기본적인 논의하는 것 좀 (기자들이) 들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자 회담장에선 잠시 웃음이 터져나왔다.

결국 회담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 위원장은 “역시 회담이라는 건 타협의 예술”이라며 “제가 오늘은 양보를 하겠는데 다음번에는 공개를 좀 하자”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월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때에도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떻겠느냐”며 생중계 회담을 제안했었다.

전문가들은 북측의 회담 공개 요구를 기선제압용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북측이 ‘회담에서 밀릴 리 없으니 회담을 생중계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일부러 과시한다는 것이다. 남측과 달리 사실상 평생 ‘회담 일꾼’ 역할을 수행한 북측 대표단의 자신감도 깔려 있어 보인다. 또한 남측 여론은 회담 전체를 생중계할 경우 세세한 협상 과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북한은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남측 여론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측의 회담 공개 제안은 과거에도 들고 나왔던 전략”이라며 “남측의 여론 형성 과정을 잘 아는 북측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측은 이날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전체회의 전 남측 공동취재단과의 문답에서 ‘엄중한 사태로 인해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었는데 해결이 됐다고 보느냐’는 남측 기자의 질문에 “어디 소속입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위원장은 해당 기자가 JTBC라고 답하자 “JTBC는 손석희 (사장) 선생이랑 잘하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질문하오. 앞으로 이런 질문은 무례한 질문으로 치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지난 16일로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 무산에 대해 “조명균 장관 선생이 절대 자기비판은 하지 마시고 넘어갑시다”라며 “그런 문제는 여기서 논의할 필요는 없고 이미 과거가 됐으니까 앞으로 그걸 범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판문점=공동취재단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