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비핵화 의지 확고”… 북·러 정상회담 연내 개최 합의

입력 2018-06-01 20:0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31일(현지시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 수교 70주년인 올해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하며 확고하다”면서 ‘단계적 해법’을 거듭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만나 “조·미(북·미) 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 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북·러)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고, 여러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적극화하며, 특히 최고영도자들 사이의 상봉을 실현시킬 데 대해 합의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맞춰 완전한 체제 안전 보장을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 동시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최근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개혁개방 의사를 피력하면서 북·러 관계도 다시 밀착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러는 구소련 시절 정치·군사적으로 긴밀한 사이였지만 최근엔 경제 협력에만 초점을 뒀다. 북·러 정상회담은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 전 우군을 확보해야 하는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러시아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첫 만남이 된다.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이후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 우호를 다진 바 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