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강령’도 없어… 1인 방송 탈선에 속수무책

입력 2018-06-02 05:01

“선정적인 영상 콘텐츠가 수익 낼 확률 크다” 판단
인터넷방송 플랫폼 업체 “모니터링과 BJ 교육해도 완벽한 통제 어렵다” 토로


요베비라는 별명으로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는 이모(24·여)씨는 30일 생방송 도중 경기도 안산의 한 중학교에 들어갔다. 이씨의 모교였다. 학교 복도에서 방송을 진행하는 이씨를 학생들이 둘러싸고 환호하자 그는 입고 있던 흰 티셔츠를 벗고 민소매 차림으로 방송을 이어갔다.

인터넷방송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 학교는 이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이씨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그는 인터넷방송 진행 중 시청자가 현금 5만5000원에 해당하는 ‘별풍선’ 500개를 선물하자 티셔츠를 벗었다고 한다.

이씨는 1일 “불편하게 보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다”며 “경험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미리 준비해 사전허락을 받고 방송을 하겠다”고 했다. 이씨가 활동하는 인터넷방송사는 이씨에게 30일간의 방송정지를 결정했다.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의 도를 넘어선 행동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는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하거나 장애인·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여성 피서객 동의 없이 인터넷방송으로 실시간 중계를 한 혐의(카메라 이용촬영)로 A씨(32)가 입건되기도 했다.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이 방송에 그대로 노출되는 점도 문제다. 개인 방송에서 여성 진행자가 속옷이 보일 듯한 옷을 입고 춤을 추거나 가슴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고 바닥에 엎드리는 등 선정적인 포즈를 연출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부산에 거주하는 B씨(35·여)가 갑자기 자신의 반려견을 안고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직장인 유모(29·여)씨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터넷방송 진행자들이 TV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보다 더 영향력 있는데, 이런 문제가 터질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며 “제재가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박모(40)씨도 “아이가 인터넷방송 보기를 좋아하는데 요즘 벌어진 일들 때문에 앞으로는 못 보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 인터넷방송을 지원하는 업체들도 고민이다. 인터넷방송 플랫폼 업체의 한 관계자는 “50여명이 24시간 방송 모니터링을 하고 방송진행자들을 교육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모든 방송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제재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완벽한 통제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더 자극적인 방송을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는 인터넷방송의 수익창출 구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영상 콘텐츠가 선정적일수록 수익을 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방송진행자들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1인 미디어 활동은 막을 수 없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지켜야 할 윤리강령을 지금이라도 사회적 차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경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