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투자·내수·고용지표 엇갈린 등락 반복… 혼란
전문가들 “각종 지표의 경고음에 주목” 한목소리
소득증대 정책뿐 아니라 기업경쟁력 강화도 신경 써야
한국 경제가 ‘불안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서 있는 위치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는 혼란스럽다. 생산과 투자, 내수, 고용지표는 엇갈린 등락을 반복한다. 경기 침체기에 들어섰다는 진단과 아직 경기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경고음’에 주목한다. 각종 경제지표에서 부조화, 부진, 표류 등을 알리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한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가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재정지출 확대 등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침체의 근거 지표는 전산업생산과 설비·건설투자다. 1일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2016년부터 이듬해 9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10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3.0% 감소를 시작으로 올해 들어 4월까지 세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10월과 12월에 각각 6.2% 줄었고 올해 2월엔 7.8% 줄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컸다. 지난해 경기 회복세를 견인했던 반도체·전자부품을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 감소세는 더 가팔라진다.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둔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3월 설비투자는 0.1% 감소했고 4월에는 0.6% 소폭 증가에 그쳤다. 건설투자를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2∼3월 연속으로 줄었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분기별 경제성장률만 봐도 경기 침체 조짐이 여실하다”며 “반도체산업을 제외한 제조업 지표 등을 본다면 경기 침체기 초입에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우선 제조업이 주춤하는 사이 서비스업 생산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3.4% 오른 데 이어 4월까지 완만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내수도 최근 회복 흐름을 탔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2월 6.5%, 3월 7.0%, 4월 5.3%에 이른다. 소비자심리지수도 기준치(100)를 웃돌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31일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상쇄효과’를 이유로 올해 경제성장률을 2.9% 수준으로 유지했다. 제조업 조정과 건설업 둔화를 서비스업의 개선세가 보완하고, 투자 증가세 둔화는 소비가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지표만 보면 ‘침체 진입’과 ‘회복세 유지’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기 애매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각종 지표에서 들려오는 경고음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판단에는 이견이 없다.
경고음이 가장 크게 들려오는 분야는 고용과 분배다. 고용지표 악화는 소비 증가세를 언제든지 꺾을 수 있다. 지난 2∼4월 취업자 증가폭은 10만명 규모로 주저앉았다.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줄어드는 인구구조 변화와 최저임금 인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력 산업의 고용창출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분배 지표도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를 보면 하위 20% 소득이 8.0% 줄어드는 동안 상위 20% 소득은 9.3%나 올랐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를 한 번에 해소할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재정지출 확대 등을 모두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신 교수는 “그동안 근로자 소득증대 정책은 강하게 추진된 반면 경제의 앞바퀴라 할 수 있는 기업 경쟁력 강화 정책에는 정부가 소홀했다”며 “혁신성장에서 구체적 정책들이 나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Wide & deep] 회복? 침체?… 못 미더운 한국경제
입력 2018-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