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으며 재판을 놓고 흥정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법관대표임시회의, 피해를 본 현직 판사의 검찰 고발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등이 예고됐다. 법원노조도 양 전 대법원장을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조사에서 드러난 대법원의 ‘말씀자료’에 대해 냉정하게 진상부터 파악할 필요가 있다. 2015년 7월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던 대법원이 양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회동을 위해 준비한 말씀자료에는 “사법부가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며 판결들을 예시했다. 과거사 국가배상 제한 사건, KTX 승무원 정리해고 사건,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통합진보당 사건 등 20여건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청와대와 이들 재판을 놓고 뒷거래를 했다는 주장과, 이미 선고가 난 판결들 중 박근혜정부에 도움이 되는 판례가 많다는 점을 생색낸 수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합의체인 대법원에서는 대법원장이 판결을 좌우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별조사단은 보고서에서 “재판 독립은 침해했지만 고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또 “재판에 영향을 실제 미칠 의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상고법원의 절박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판결을 거래나 흥정의 수단으로 삼으려고 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애매하게 표현했다. 법원 자체 조사든 검찰 조사든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말씀자료를 작성한 임종헌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한다.
[사설] 사법 신뢰 위해 ‘재판거래’ 논란 빨리 불식시켜야
입력 2018-06-0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