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소방관, 機內 응급 환자 구했다

입력 2018-06-01 19:43

휴가를 가던 소방관이 비행기 안에서 외국인 승객의 생명을 구했다.

주인공은 강원도 정선소방서 구급대원인 정원용(35·사진) 소방장. 지난 11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던 대한항공 안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해 급히 의사를 찾는다는 방송이 나왔다. 그러나 기내에는 의사가 없었다. 여행을 위해 이 비행기에 탄 정 소방장은 방송을 듣곤 지체 없이 자신이 1급 응급구조사임을 밝히고 응급조치에 나섰다.

70대 인도 여성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정 소방장은 자신이 소지하고 있던 산소포화도측정기와 기내에 있던 혈압·혈당측정기를 사용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산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산소호흡기와 함께 자동심장충격기를 항공사 직원에게 요청했다. 이어 항공의료센터를 통해 의료 지도와 처방을 받은 뒤 약물을 투여했다.

인도 여성은 정 소방장의 신속한 응급처치 덕분에 1시간 후 정상을 되찾았다. 정 소방장은 비행기가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환자를 계속 보살폈다.

정 소방장은 2010년 소방관이 된 직후부터 불시에 생길지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 붕대와 경추보호대, 부목 등 응급처치 용품을 항상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이번 기내 응급처치는 정 소방장이 평소 휴대하던 산소포화도측정기 등 응급처치 용품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정 소방장은 “몇 해 전에도 일가족이 탄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나 응급처치 용품으로 도움을 준 적이 있다”며 “언제 어디서든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소방관의 당연한 소임”이라고 말했다.

정선=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