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문점선언 이행의 첫발 뗀 고위급회담

입력 2018-06-02 05:05
1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은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시 확인한 화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남북은 가까운 시일 안에 양측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업지구에 개설하기로 했다. 또 2007년 10·4선언에서 합의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의 연결과 현대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철도 및 도로협력 분과회의와 산림협력 분과회의, 가을에 이뤄질 북측 예술단의 남측 지역 공연을 위한 실무회담 등의 개최 날짜와 장소는 차후 문서교환을 통해 확정하기로 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군사긴장 완화와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협의할 장성급 군사회담, 8·15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논의할 적십자회담, 아시안게임 공동참가와 남북통일농구경기를 논의할 체육회담과 관련한 장소와 일정을 합의한 것도 바람직하다. 6·15 공동행사는 시일이 촉박한 이유로 개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판문점 선언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당초 지난달 16일로 예정됐던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한 전례가 있듯 또다시 판이 깨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남북이 고위급 회담에서 공유한 상호 신뢰와 존중의 자세가 불확실성을 없애는 지름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자극하는 불필요한 말과 행동이 나오지 않도록 남북 당국 간 상황관리가 필요하다.

북은 고위급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한편으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뉴욕에 보내 미국과 생산적인 핵 협상을 벌였다. 김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회담에 그치지 않고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것은 고위급 차원의 핵 담판은 사실상 끝났음을 의미한다. 상대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는 배려의 자세가 한반도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앞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