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인 경제현안 풀기 위해 ‘나라 곳간’ 더 연다

입력 2018-06-01 05:05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의 보완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 양 옆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앉아 있다.뉴시스

정부가 꼬인 경제현안을 풀기 위해 나라 곳간을 좀 더 열기로 했다. 역대 최대로 벌어진 소득 격차, 심각한 실업난, 최악의 저출산 등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재정 지출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을 메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 대신 ‘선택과 집중’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불필요한 부분의 예산을 구조조정해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2018년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5년간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했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재정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결정하기 위해 여당 핵심 관계자와 이낙연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전원 소집했다. 총지출 증가율을 높이면서 구조조정을 병행하자는 기획재정부의 기본 방향을 놓고 6시간 넘게 격론이 오갔다.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은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저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도 있다”며 “소득 하위 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올해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 올렸는데도 저소득층 소득이 되레 줄었다는 점을 집중 분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소득 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는 5.95배로 벌어졌다. 소득이 없는 고령층이 늘어난 반면 근로 소득자들의 소득이 확대되면서 간극이 커진 게 원인으로 꼽혔다. 100만명을 넘는 실업자와 기존 근로자의 차이가 벌어진 점도 한몫을 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 격차를 놓고 소득주도성장의 실패 혹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를 보면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이 크게 늘었고 상용직도 늘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성과라고 정부가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1.05명까지 폭락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출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는 문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법으로는 재정 혁신이 떠올랐다. 쓸 돈은 더 쓰고 줄일 건 줄이자는 데 목소리가 모아졌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예산을 속도감 있게 집행할 테니 효율성 높은 집행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사업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역시 ‘투트랙’ 접근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저출산 등은 적기 재정투입이 중요하다”면서도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박세환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