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투자 위축… 내년에도 고용한파 계속”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이 하락 반전한다고 예측했다. 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추진과제인 일자리 창출 역시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세수 호황’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부 지출의 구조조정 필요성도 제기했다.
KDI는 31일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 내년을 2.7%로 제시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3%대 성장을 예상한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이다. KDI는 최근 성장세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액 기준으로 수출 증가율은 올해 9.3%에서 내년 4.3%로 둔화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KDI는 제조업 부진과 함께 취업유발 효과가 높은 서비스업의 본격적 경기 개선이 지연되면서 고용한파가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올해와 내년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만명 규모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31만6000명이었다. KDI는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것도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내년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전망이다. KDI는 민간 소비 증가폭이 올해 2.8%에서 내년 2.6%로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투자증가세 둔화에 따라 증가 폭이 올해 3.5%에서 내년 1.0%로 대폭 축소된다고 봤다. 건설투자는 주택건설이 빠르게 둔화하면서 올해 -0.2%에서 내년 -2.6%로 감소폭이 더 커진다고 내다봤다.
KDI는 앞으로 추가 산업 구조조정이나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에 따른 재정 소요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전반적인 경기 상황의 경우 일단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성장 속도가 저하되는 게 현실화되고 있다”며 “재정 측면에서도 초과세수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 ‘반도체의 힘’… 산업 생산 1.5%↑
지난달 산업생산이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2개월 연속 줄고 소매판매도 4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현재 경기와 향후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는 모두 하락했다.
통계청은 31일 ‘4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지난달 산업생산지수가 3월보다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1.6% 증가)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광공업과 건설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3월에 2.2% 감소했던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달 3.4%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3월보다 2.2% 포인트 오른 72.5%를 기록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3월보다 1.0% 줄었다. 소매판매는 올해 1∼3월 3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감소로 전환됐다. 투자지표인 설비투자지수 역시 전월보다 3.3% 줄었다. 3월에 7.8% 감소한 데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여기에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앞으로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4포인트 내렸다. 선행지수는 3개월째 하락 중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다시 입증된 ‘반도체의 힘’… KDI “그래도 3% 성장 어렵다”
입력 2018-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