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100m 내 집회 금지
국회의사당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한 현행 법률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재판소가 법률 개정을 주문했다. 국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관련 조항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고쳐야 한다.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자동 삭제된다. 다만 개정 전까지는 현재 법률의 효력이 유지된다.
헌재는 31일 국회의사당과 법원, 헌법재판소 경계 지점의 100m 내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집시법 제11조 1항 중에서 국회의사당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국회는 그 특수성과 중요성에 비춰 충분한 보호가 요청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조항은 국회 본관뿐 아니라 출입과 무관한 인근 공원, 녹지까지도 집회금지 장소에 포함한다”며 “이는 국회 주변 폭력·불법 집회 방지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 범위를 넘고 규제가 불필요한 집회까지 일률적·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 인근 집회를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허용할지는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 이유를 밝혔다.
1962년 만들어진 집시법은 당초 국회의사당 경계 지점 200m 이내에서 집회, 시위를 금지했다. 집회 금지 범위는 1989년 100m 이내로 줄어든 뒤 현재까지 이어졌다. 이를 어길 경우 집회 주최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이 조항을 놓고 2013년 9월부터 모두 8건의 위헌법률제청과 헌법소원이 헌재에 제기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 최루액 섞은 물대포 발사
경찰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시위대에 살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이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세월호 피해 가족들(4·16가족협의회)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살수차는 사용 방법에 따라 국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장비이므로 살수차 사용 요건이나 기준은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면서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 능력을 증가시키는 혼합살수 방법은 현행 법률 및 대통령령에 근거가 없고 이를 위임한 법령도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로 인해 부적절한 살수차 운용으로 시위 참가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시위 현장에서 시시각각 급변하는 상황에 탄력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세부적 사항을 법률보다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크다”고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멈추고 해산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불법 폭력시위를 계속 이어가 경찰이 마지막 수단으로 해산을 시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피해 가족들은 2015년 5월 1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 행진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살수차를 이용해 최루탄(캡사이신) 성분이 포함된 물대포를 쐈다. 경찰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법 집행과 조화되도록 현장 지침을 신속히 마련하고 집회시위법 개정안에도 헌재 결정 취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조민영 이사야 기자 mymin@kmib.co.kr
헌재 ‘집회 자유’ 편에 섰다… 국회 100m·최루액 물대포 ‘제동’
입력 2018-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