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먹는 바이오株’ 흔드는 악성 루머, 왜 판치나

입력 2018-06-01 05:00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 종목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지난 29일 장 마감 30분 전에 갑자기 곤두박질쳤다. 주가는 하염없이 하락해 전 거래일보다 15.37% 내린 11만8400원에 마감했다. 에이치엘비는 바이오종목이라 신라젠,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다른 바이오주도 타격을 입었다. 에이치엘비는 장 마감 이후 “임상환자 사망설, 대규모 유상증자설 등 루머가 시장에 돌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다음 날 주가는 상승했지만 급락 당시 놀라서 매물을 던진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꿈을 먹는 주식’ 바이오주가 악성 루머로 휘청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성장 기대감이 주가를 뒷받침하는 업종 특성이 루머를 부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선 ‘바이오주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하락 원인을 루머에서 찾는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종목은 지난 8일에도 루머 영향으로 폭락했었다. 바이오종목에 한해 주식담보대출이 제한된다는 소문에 에이치엘비(-16.98%) 신라젠(-12.75%) 등이 추락했었다. 바이오주 비중이 큰 코스닥지수는 이날 3.4%나 주저앉았다. 지난 3월에도 특정 바이오업체가 임상실험을 중단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바이오업종 전체가 줄줄이 내리막을 걸었다.

원래 주식시장과 루머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유독 바이오업종에 악성 루머가 몰리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바이오업체의 기업가치 평가가 다른 업종의 기업에 비해 불확실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바이오업체는 신약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 반면 개발에 성공하면 비용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실적보다 연구·개발 비용 증가율 등을 고려한 성장 기대감에 기업가치가 좌우된다. ‘불확실한 기대감’이 바이오종목 주가를 뒷받침하는 만큼 주가 변동성을 노린 루머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바이오주가 주식시장 주도주 자리의 경계선에 자리하면서 루머에 따른 타격이 크다. 바이오주는 지난해 말부터 급등해 주도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 3월 하락 전환한 뒤로 등락을 반복 중이다. ‘바이오주 부활’을 두고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2015∼2016년에도 바이오종목이 주도주 자리를 꿰찼었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올해 들어 바이오업종의 이익추정치가 떨어졌다”며 추가 상승세를 부정적으로 봤다. 이와 달리 바이오업체의 연구·개발 비용이 2014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이므로 앞으로 상승 국면을 맞을 것이란 반박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주가 거품이 빠지는 과정일 뿐인데, 하락 이유를 루머에서 찾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인터넷 게시판과 SNS 등을 뒤졌지만 에이치엘비 관련 루머가 돈 정황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금융투자회사 연구원은 “‘루머가 돌았다는 루머’까지 나온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바이오주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루머에 따른 단타매매는 피해야한다”고 조언한다. 금융 당국은 악성 루머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혐의점이 나오면 엄정 대처할 방침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