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71년 동안 유지해온 태평양사령부의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다. 남중국해 인공섬들을 군사기지화하고, 인도양에서도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세계 곳곳에서 미·중의 군사적 대치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하와이 본부에서 열린 태평양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이는 인도양과 태평양 간 높아지는 연결성을 고려했고, 이 지역 동맹국들의 관계가 역내 안보 유지에 중요하다”고 사령부 명칭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태평양사령부는 인도 동쪽부터 미국 연안을 제외한 태평양까지 가장 넓은 지역을 담당하는 해외 주둔군이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관할 국가는 총 36개에 달한다.
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동북아시아, 호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통칭하던 ‘아시아·태평양’ 대신 ‘인도·태평양’이란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11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인도·태평양 구상’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채택하며 인도양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매티스 장관도 “인도·태평양은 많은 벨트와 길을 갖고 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겨냥했다.
인도·태평양사령부 명칭 변경은 일본에서부터 서태평양, 남중국해,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해양 라인을 구축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막으면서 이 지역을 연결하는 각종 물류 루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강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이 있는 남중국해 대부분을 자국 영토로 주장하며 곳곳의 인공섬에 군용 활주로를 짓고, 지대함·지대공 미사일과 전자교란 장치를 배치하는 등 군사기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H-6K 폭격기 이·착륙 훈련도 하는 등 벌써부터 주변국에 군사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국은 또 인도양 한복판에 있는 몰디브와 지난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몰디브가 정국 혼란을 겪자 군함 11척을 인도양에 파견해 위력 시위를 하는 등 인도양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지부티의 첫 해외 군사기지에서는 인근 미군 항공기를 향해 레이저빔을 발사해 미국과 군사적 긴장을 빚기도 했다.
미국은 최근 구축함과 순양함 등 군함 2척을 투입해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12해리 이내 수역을 지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쳤다. 매티스 장관은 ‘도발행위’라고 중국이 반발하자 “남중국해는 국제 수역이므로 작전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군은 또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를 지난 30일 일본 남단 오키나와 가테나 공군기지에 한 달간 일정으로 잠정 배치했다. 가테나 기지에는 F-22 총 14기가 배치된다. F-22 일본 배치는 2014년 4월 이후 4년여 만이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압박을 유지하려는 차원이자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中 해양패권 견제”… 美, 태평양司→인도·태평양司로
입력 2018-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