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조 개혁 서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KDI의 경고

입력 2018-06-01 05:01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1일 내놓은 ‘2018년 상반기 경제전망’은 우리 경제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이다. 성장률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더 떨어질 것이고 취업자 증가 폭도 줄어들 것이다. 주력 산업의 부진도 위험 수준이다. ‘소득주도 성장이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대통령 주재 긴급 경제점검회의의 결론이 얼마나 현실을 모르는 안이한 소리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KDI의 현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은 이렇게 요약된다. ‘제조업 경기는 조정되고 취업유발효과가 큰 소비 관련 서비스업의 개선은 지연되고 있다. 그래서 고용 상황이 나아지기 어렵다.’ 생산과 고용의 양대 축인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암울한 진단이다. 제조업의 부진은 반도체를 뺀 여타 주력 업종의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고 자동차 및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믿을 건 소비와 관련이 높은 서비스업인데, 이마저 개선 기미 없이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 흐름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3조1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지만 올해 경제 성장률은 2.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12월 전망치와 똑같다. 내년에는 성장률이 2.7%로 0.2% 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전반이 올해보다 둔화될 것이라는 이유다. 특기할 것은 KDI가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본 점이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책의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산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KDI의 강한 우려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 산업 부진이 위험 수준에 이르는 등 산업간 불균형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교정하는 구조개혁 노력이 지속하지 못하는 경우, 한국 경제의 경쟁력 및 활력 저하는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KDI의 이번 전망에는 효과가 불분명한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에두른 비판으로 보이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재정정책 권고도 눈여겨봐야 한다. KDI는 향후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재정위험 요소를 고려해 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정책 방안마다 거액의 보조금 지급을 당연시하는 재정 규율의 이완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DI는 1970년대 설립 이래 국가발전전략과 경제정책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경기에 대한 인식부터 처방까지 기업, 국민들과 큰 괴리가 있는 청와대와 경제정책 당국은 이번 조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