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채용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파장이 얼마나 커질지, 어디로 불똥이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행장은 1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영학)는 하나은행을 3차례 압수수색하고 지난달 인사부장 출신 2명을 구속기소했었다. 이로써 수사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함 행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등을 잇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직후인 30일 함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나은행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하나은행에선 일관되게 “비리는 없었다”고 해명했었다. 함 행장이 구속될 경우 직무해제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함 행장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직 은행장의 구속은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 1990년대 대출 커미션 수수 혐의로 구속된 이철수·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사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인규 전 DGB대구은행장은 사퇴한 뒤인 지난달에 전직 은행장 신분으로 구속됐다.
함 행장과 비슷한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 1월 구속영장이 기각된 채 재판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검찰의 칼끝이 하나금융그룹의 윗선이나 다른 곳을 겨냥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한데다 금감원 특별검사단 검사 결과에서 김 회장의 개입을 의미하는 내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B국민은행도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연관돼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윤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었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진짜 몸통’ 윤종규 회장과 김정태 회장을 구속 수사하라”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檢 칼끝, 채용비리 ‘윗선’ 향하나… 은행권 ‘초긴장’
입력 2018-05-31 19:50 수정 2018-06-0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