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 가정사역을 시행하는 교회들은 성도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 특히 비신자들까지 돌보는 게 가능하다.
충남 서산시 팔봉면 문현로 흑석교회(문기원 목사)는 농촌마을에 있다. 이곳에서 박선의 사모는 한아름센터를 운영한다. 한때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박 사모는 가정사역 전문기관에서 상담 및 교육을 받으며 개인적 아픔을 극복했다. 사모가 회복되니 비로소 교회에서 해야 할 일들이 보였다.
“동네에 다문화가정이나 이혼가정, 조손가정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교회가 오지에 있다 보니 학원이나 지역아동센터 등 아동들을 돌봐줄 곳이 전혀 없어요. 외롭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할 곳이 필요했습니다.”
2016년 6월 한아름센터를 오픈하고 이듬해부터 5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돌봄사역을 시작했다. 지금은 5명의 봉사자와 함께 25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학습지도뿐 아니라 신체·심리기법을 이용한 소통교육을 진행해 아이들의 마음까지도 어루만지며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센터에 온 아이들 중엔 말보다 주먹이 앞서거나 10분도 제대로 앉아있지 못하는 정서불안 아이들, 분노로 가득 찬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트풍선으로 칼을 만들어 함께 뛰어놀면서 신체놀이를 했어요. 이후 경청·순종·자기표현 등의 방법을 가르쳤더니 어느새 가만히 앉아 예배드릴 정도로 안정이 됐죠.”
엄마가 중국인인 한 아이는 센터에서 성경쓰기 및 말씀암송을 통해 한글을 뗐다. 아빠와 함께 사는 한 아이는 엄마를 향한 원망 대신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아이들의 변화에 부모들이 좋아했고 교회를 신뢰하게 됐다. 자녀의 손을 잡고 교회에 나오는 부모들이 생겼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진해동부교회(김기해 목사)는 행복한가정사역원을 통해 다양한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신애숙 사모가 원장을 맡아 1년에 두 차례 사춘기부모교실, 결혼예비학교, 아내행복교실, 부부행복교실, 영유아부모교실 등을 진행한다.
신 사모는 2016년 교회 부설로 사역원을 개원했다. “가정사역은 예방사역입니다. 처음 가정을 이루는 커플은 ‘결혼예비학교’를 통해, 자녀를 낳고 양육하는 젊은 부부는 ‘영유아부모교실’, 자녀가 점점 자라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이들에겐 ‘사춘기부모교실’, 결혼생활이 10년 20년에 이른 부부는 ‘부부행복교실’ 같은 각 연령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교회에서 이런 사역을 시행함으로써 가정과 개인의 삶이 변할 수 있습니다.”
신 사모는 지난해 부부행복교실에 참여했던 한 중년 부부 얘기를 들려줬다. “5주차 마지막 수료식 때 그동안 잘 나왔던 부부가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남편이 술을 많이 마셔 못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예전 같으면 미안함을 몰랐을 남편인데 아내에게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사과했다는 겁니다. 요즘엔 설거지며 요리까지 남편이 많이 도와준대요.”
지난 주말 사역원은 남편들을 대상으로 ‘요리하는 남자’를 열기도 했다. 아내의 생일상이나 자녀들 간식을 만들고 싶은 아빠들이 모였다. 김기해 담임목사가 한식 요리를 직접 가르쳤다.
이외에도 가족사진전, 가족힐링캠프를 꾸준히 연다. 8월엔 ‘한여름 밤의 영화감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 사모는 “엄마가 행복하면 자녀가 즐겁고, 자녀가 행복하면 아빠 역시 웃는다”며 “소수의 인원이라도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면 차츰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칭찬하는 엄마·요리하는 아빠…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입력 2018-06-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