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년] 66.3% 성적표 뒤엔 해고 위험·노사 갈등

입력 2018-06-01 05:01
문재인정부는 지난 1년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1단계 대상자 가운데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비정규직의 비중은 66.3%에 이른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숫자의 이면에는 수많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을 비롯한 일부 현장에서 해고 위험에 노출된 비정규직이 속출하고 있다. 노조와 대립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2단계 정규직 전환 방침을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5일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공공기관 비정규직 인원이 11만5925명이라고 31일 밝혔다. 정부가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제시했던 1단계 잠정전환 인원은 17만4935명이다. 전환율이 66.3%나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기간제 비정규직의 전환율은 87.8%에 달했다. 다만 파견·용역 비정규직 부문에서 자치단체의 정규직 전환율은 18.1%, 지방공기업은 14.9%로 저조했다. 이 기세라면 올해 목표치로 제시했던 15만1000명의 정규직 전환은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고용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2단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자치단체가 출연·출자하는 기관, 공공기관·지방공기업의 자회사가 대상이다. 총 600곳으로 1만5974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1단계 가이드라인과 마찬가지로 연중 9개월, 향후 2년 이상 상시·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도의 전문직무 등 불가피한 경우는 예외를 인정한다. 고용부는 기간제 근로자의 경우 10월까지, 파견·용역 근로자는 12월까지 전환 결정을 완료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발표와 달리 현장에서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단계 전환대상이었던 국책연구기관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기준으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산하 26개 국책연구기관의 비정규직은 2706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 전환 숫자는 9개 기관, 324명에 불과하다. 18개 기관은 계획만 세운 채 노사협의 등을 진행 중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이 계획대로 해도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1231명에 그친다. 국책연구기관 비정규직의 45.5%에 불과하다. 현재 근무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국책연구기관 비정규직들은 한정된 정규직 일자리를 두고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일부 국책연구기관은 전환 대상자를 줄이려고 비정규직 연구원을 해고했다가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도 했다(국민일보 2017년 11월 28일자 1면 보도).

정규직 전환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인건비다. 정규직 인건비는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출연금에서 지출된다. 그런데 정부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면서 정작 인건비를 올려주지 않았다. 대부분 국책연구기관들은 수탁용역 수입 중 일부를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로 돌려막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연구 프로젝트가 단기에 끝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수탁용역 수입은 유동적이다. 이 수입 한도 내에서 정규직 전환 숫자를 정하다 보니 전환율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내년 예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지원이 반영될지도 미지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