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해됐다던 러기자 멀쩡… 알고 보니 우크라 당국 작품

입력 2018-05-31 21:20
러시아 기자 아르카디 바브첸코(오른쪽)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러시아 기자 암살 사건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자작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일간 엑스프레스는 전날 피살된 것으로 보도됐던 러시아 기자 아르카디 바브첸코(41)가 30일 오후(현지시간) 우크라이나보안청(SBU) 기자회견에 멀쩡하게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보안 당국이 암살을 시도한 무리를 붙잡기 위해 미리 짠 작전에 따라 바브첸코가 죽은 것으로 발표했다는 설명이다.

바실리 그리착 보안청장은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된 우크라이나인이 내전에 동참했던 지인에게 바브첸코 살해를 대가로 3만 달러(약 3200만원)를 약속하고 선불로 1만5000달러를 건넸다”고 말했다. 그리착 청장은 “살해를 청부한 인물은 키예프에서 체포됐다”면서 “바브첸코를 포함해 30명을 살해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착 청장의 소개로 기자회견장에 깜짝 등장한 바브첸코는 마음 졸였을 지인과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한 달 전 SBU로부터 자신을 상대로 한 살해계획 정보를 듣고 범인을 잡기 위해 작전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날 바브첸코는 귀가 중 키예프 자택 앞에서 등에 총 3발을 맞고 사망했다고 보도됐다. 그간 바브첸코처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러시아 정부에 암살당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자들이 꾸준히 발생했기에 이번 일도 사실로 여겨졌다. 발표 뒤 국제 언론인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성명을 내고 “이유가 무엇이든 우크라이나 경찰이 진실을 두고 게임을 벌였다는 게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를 향한 음해”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