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을 헤치며 원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한 선교사를 향해 사자가 덤벼들었다. 놀란 선교사가 엎드려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한 번만 살려 주십시오.” 한참 기도하다 살펴보니 사자도 앉아서 함께 기도하고 있지 않은가. 신기한 마음이 든 선교사는 사자가 무슨 기도를 하는지 궁금해졌다. 가만히 들어보니 사자는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저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신다. 10년 혹은 평생을 위한 양식을 구하라 하지 않으시고, 왜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고 하셨을까. 이 기도는 매일의 양식을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고 있다.
농부가 애써 농사를 지어도 쌀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한 톨의 쌀에는 사계절의 변화, 비와 햇볕, 물과 흙, 공기와 바람의 조화 등 하나님의 신비가 담겨 있다. 그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 수십, 수백 개의 열매를 거두도록 하시는 이는 하나님뿐이시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자기 능력으로 자기의 양식을 해결하며 살아간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단 하루라도 간섭하지 아니하시면 나의 하루는 지속될 수 없다. 시편의 시인은 고백한다.
“이 모든 피조물이 주님만 바라보며, 때를 따라서 먹이 주시기를 기다립니다. 주께서 그들에게 먹이를 주시면, 그들은 받아먹고, 주께서 공급하여 주시면 그들은 좋은 것으로 배를 불립니다. 그러나 주께서 얼굴을 숨기시면 그들은 떨면서 두려워하고, 주께서 호흡을 거두어들이시면 그들은 죽어서 본래의 흙으로 돌아갑니다.”(표준새번역, 시 104:27∼29)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지나는 40년 동안 하나님께서는 매일 아침 신선한 만나를 거두게 하셨다. 만일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 치의 많은 양식을 짊어지고 끌고 다녔다면, 그 무게 때문에 긴 여정을 끝마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예레미야의 고백처럼 주의 성실함은 크시다. “주의 사랑과 긍휼이 아침마다 새롭고, 주의 신실이 큽니다.”(애 3:23)
그런데 이 기도의 놀라운 교훈은 ‘일용할 양식’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한 양식’이라는 사실이다. 주님은 양식을 위해 기도하라 하실 때, ‘나만을 위하여’가 아니라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내가 얻은 많은 양식 속에는 남을 위한 양식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비만 인구가 기아 인구를 초과했다고 한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이 2011년 발표한 세계재난보고서에 따르면 15억명이 비만으로 고민하는 반면 10억명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최근 기아 인구가 상승세로 반전한 것은 지구촌에 확산된 전쟁과 생태계 변화에 따른 식량 감소 때문이라고 전문기관들은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분쟁지역 주민들의 기아문제를 전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분쟁지역 주민들을 굶기는 행위는 국제법에서 금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라고 기도할 때, 우리는 굶주린 이웃과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 나아가 나의 양식을 이웃과 나눠야 한다.
박노훈 (신촌성결교회 목사)
[시온의 소리] 우리를 위한 양식
입력 2018-06-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