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0% 미만으로 유지해 ‘금산법’ 규정 지키기 포석… 당국 ‘매각 압박’ 영향 미쳐
삼성화재도402만株 처분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중 1조원어치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삼성그룹 계열 금융회사가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10%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에 한발 물러선 조치로도 해석된다.
삼성생명은 30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 주식 2298만여주(1조1790억원) 매각을 결정했다.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주식 402만주(2060억원)를 처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올해 안에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현재의 9.72%에서 10.45%로 높아진다”며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대한 법률(금산법)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블록딜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금산법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이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가지면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한다. 블록딜로 2700만주를 팔아 두 회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0% 미만(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이후 지분율)이 된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8.23%(약 26조원)에서 7.92%로 낮아진다.
금융업계에선 이번 블록딜의 또 다른 이유로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목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시장가격 기준)까지만 갖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도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을 총 자산의 3%까지 보유할 수 있다. 다만 주식 가격을 매입가격(취득원가)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가 약 5만원일 때 사들였다. 취득원가 기준을 시장가격 기준으로 바꾸는 게 보험업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약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더 팔아야 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험업법 개정 이전에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라’며 삼성생명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삼성생명 총자산 중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14%)이 다른 생명보험사의 총자산 대비 주식 비중(0.7%)보다 훨씬 높다. 삼성전자 주식 가격 변동에 따른 충격이 다른 보험사보다 20배 더 크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은 금산법 위반을 피하자는 취지이고 보험업법 개정과 관련해 앞으로 금융당국과 삼성전자 지분 매각 방안 등을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생명은 상승(0.94%)한 반면 삼성전자는 대기 매물이 대량 발생한다는 우려에 3.51%나 빠졌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삼성생명, 전자 지분 1조 블록딜 매각
입력 2018-05-30 20:35 수정 2018-05-30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