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 출석을 요구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모든 재판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출석하고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는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전했다. 31일로 예정됐던 2회 공판기일은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다음 달 4일로 미뤄졌다.
앞서 이 전 대통령 측은 “피고인에게는 출석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형사 피고인의 재판 출석이 권리인지 의무인지 재판부와 변호인이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강제구인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강 변호사는 “대통령께서 몸이 불편해 불출석 의사를 표시했던 건데 진의와는 달리 논란이 빚어졌다”고 해명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주장했던 것처럼 형사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피고인의 권리다. 하지만 동시에 의무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는 의무로서의 성격이 더욱 짙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형사재판 출석은 권리가 아닌 의무에 가깝다”며 “전직 대통령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재판을 골라 나갈 수 있게 할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열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선별적으로 출석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이 전 대통령 재판부가 “필요에 따라 출석을 결정할 권한은 피고인에게도 재판부에도 없다”고 말한 이유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는 궐석(闕席)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 불출석하고 교도관이 강제로 끌어내기가 현저히 어려운 경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277조의2는 1995년에 신설됐다. 당시 국가보안법 사범들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서 재판이 한없이 지연되자 고육지책으로 만든 조항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보안법 사건 심리를 한없이 미룰 수 없으니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피고인 출석 없이도 적법한 재판이 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궐석재판이 가능한 경우를 규정한 것이지 피고인의 불출석권리에 대한 조항이 아니라는 취지다.
애초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이 성립할 수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궐석재판은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하는 경우를 전제한다”며 “건강이 좋지 않아 선별적으로 출석하겠다는 건 정당한 사유를 주장하는 것인 만큼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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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구자창 기자 hyun@kmib.co.kr
MB는 ‘권리’라는데… 피고인 재판출석, 의무? 권리?
입력 2018-05-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