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러 기자, 우크라서 총격 사망… “전문 암살범 소행”

입력 2018-05-30 18:40 수정 2018-05-30 22:22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해 온 기자가 우크라이나에서 암살범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우크라이나 일간 엑스프레스는 러시아 출신 기자 아르카디 바브첸코(41·사진)가 29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 자택 앞에서 괴한이 쏜 총탄 3발을 등에 맞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집안에 있던 아내가 뛰쳐나와 응급차량을 불렀지만 병원 이송 중 숨이 끊겼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사건이 전문암살범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바브첸코는 군사전문기자로서 푸틴 정권에 비판적인 인물이었다. 2012년 야권이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자체 온라인 선거를 할 당시 적극 참여했다. 바브첸코는 2016년 12월 시리아에 파견된 러시아군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단을 태운 군수송기 투폴레프(Tu)-154가 흑해 상공에 추락한 사건을 두고 러시아 정부를 ‘침략자’라고 비판한 뒤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브첸코는 지난해 정권의 탄압을 피해 체코를 거쳐 러시아의 적국인 우크라이나로 이주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방송에 고정패널로 출연해 언론활동을 계속했다. 엑스프레스에 따르면 바브첸코는 사망 전날 트위터에 푸틴의 측근으로부터 공개 살해 위협을 받았다고 적었다.

볼로디미르 흐로이스만 우크라이나 총리는 페이스북에 “바브첸코는 세상에 러시아의 압제를 알려온 우크라이나의 친구였다”면서 “러시아 독재정권은 그의 정직함을 참지 못했다”고 적었다. 키예프에서는 2016년에도 푸틴에 비판적이던 러시아 기자 파벨 셰레메트가 차량폭발 테러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푸틴 집권 이래 러시아에서는 기자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정부 부패와 군의 시리아 내전 관여를 비판해오던 탐사보도기자 막심 보로딘이 스베르들롭스크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창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국제언론단체 언론보호위원회(CPJ) 통계에 따르면 푸틴이 본격 집권한 2000년부터 올해까지 러시아에서 살해당한 언론인은 총 42명이다. 명백한 살인으로 혐의가 확정된 경우만 따져도 25명에 달한다. 해마다 평균 2명 이상의 언론인이 살해당한 셈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