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유럽 구하려면 브렉시트 재투표를”

입력 2018-05-30 18:42

국제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87·사진)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이 유럽의 분열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재투표와 회원국의 재량권 강화를 제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소로스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외교협의회(ECFR) 연례회의에서 ‘유럽을 구하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소로스는 “유럽이 ‘존재적 위험’에 처해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라며 “잘못될 수 있는 모든 게 잘못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로스는 현재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더 많은 재량권을 주는 ‘멀티 트랙(multi track)’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 같은 EU 내 경제 강국들이 금융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에 긴축정책을 강요해 실업률을 높이고 있으며, 난민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도 EU 회원국의 이탈을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들이 포퓰리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을 높여 유럽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로스는 유럽의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가 연간 300억 유로(약 38조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금을 통해 아프리카 지역의 교육여건 개선 등을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유럽에 흘러드는 난민 수를 줄여 회원국들의 경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로스는 향후 1년 안에 다시 한 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을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과 EU 모두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라며 “영국인들은 2차 브렉시트 투표를 통해 EU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로스는 영국의 EU 탈퇴에 반대하는 단체 ‘베스트 포 브리튼’에 50만 파운드(약 7억2000만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소로스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파기, 그에 따른 EU와 미국의 관계 악화, 이탈리아의 연정 실패와 경제 불안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