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는 올 시즌 초 8연승 후 8연패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지만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15대 5으로 승리하는 등 5할이 넘는 승률로 단독 4위를 달리고 있다. LG의 뒷심은 이날 장단 17안타와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살아난 타력에서 나온다. 여기에는 4번 김현수 외에 나란히 2안타를 친 양석환과 채은성이 홈런과 타점 부문에서 발군의 역할을 보여주고 있어서 가능하다. 이 둘은 짧지 않은 슬럼프를 극복하면서 팀의 저력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석환은 현재 팀 내 홈런(10개) 1위, 채은성은 김현수와 팀 내 타점 공동 1위(44점)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뒤에서 해결사로 활약한 덕분에 김현수는 리그 득점 선두(47점)에 올라 있다.
양석환과 채은성은 각각 2017년과 2016년 팀의 중심타자로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첫 번째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양석환은 지난해 붙박이 4번으로 기용되며 83타점을 기록했을 만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시즌 후반부터 성적이 크게 떨어지며 팀의 가을야구 탈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이후 2달간 타율이 전보다 3푼 가까이 떨어지는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양석환은 “풀타임 첫 해라 체력 문제가 생겼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굉장했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2016년 0.313의 타율에 9홈런을 치며 단숨에 LG 타선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팀이 2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성적이 추락했다. 시즌 내내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0.267의 타율과 2홈런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채은성은 “이것저것 다해봤는데 결국은 못 이겨냈다”며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아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둘은 올 시즌 초까지만 해도 반등의 기미가 없었다. 시즌 초반 1할대로 고전하며 지난해의 부진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내 제 실력을 찾았다.
양석환은 올 시즌 1루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3루수 아도니스 가르시아가 부상당하면서 지난달 18일부터 3루를 맡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후 공격에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29일 롯데전에서는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추격의 2점 홈런을 치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는 “캠프 때부터 공을 강하게 치고, 띄우려고 노력했다”며 “지난해 풀타임 경험을 바탕으로 또 한 번의 부진은 없도록 하겠다는 자세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지난해 대비 파워가 크게 늘었다. 개막 후 고작 두 달이 지났지만 이미 홈런 개수는 자신의 단일 시즌 최다 홈런(9개·2016년)과 타이를 이뤘다. 지난 6일에는 2개의 홈런을 쳤다. 채은성은 이번 시즌 달라진 모습에 대해 “큰 틀은 유지하되 미세하게나마 배트를 세웠다. 또 타구를 강하게 치려고 한다”며 “자신 있게 내 스윙을 하려하니까 기술적으로도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석환과 채은성 모두 LG가 염원하던 토종 우타자 20홈런이 유력하다. LG는 2010년 조인성(28홈런) 이후 토종 우타자가 20홈런 이상을 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장타 욕심보다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다. 힘쓰기보다 좋은 타이밍에 방망이를 가져가면 자연스럽게 홈런이 따라온다는 타격의 진리를 알고 난 뒤 야구가 재밌어졌다고 한다. 둘의 즐기는 야구가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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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른 ‘LG 탑건’… 가을야구 부탁해!
입력 2018-05-31 05:05